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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법안 ‘법제화’는 아직… 세계는 갈 길이 멀다 -1- - 2021년 9월 기준 법제화 국가는 14개국에 불과, 우리나라는 14번째
  • 기사등록 2021-10-16 13: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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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거나 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1년 9월 기준 실제로 이를 법제화하는 데까지 이른 국가는 영국, 프랑스, 헝가리, 뉴질랜드, 덴마크, 스웨덴 등 14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사진 무디스 제공 2015년 UN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참여한 195개국 전원의 만장일치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신(新)기후체제로 채택됐다. 이에 세계 각국은 지구평균기온 상승폭을 2℃ 이하로 유지하고, 나아가 1.5℃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과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제출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각국이 자발적으로 제출한 NDC가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설정한 목표인 1.5℃와 2℃ 목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자 5년 주기로 '전 지구적 이행점검(Global Stocktake)'도 실시하기로 했다. 첫 이행점검은 2023년 시행될 예정이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미국, 유럽 등을 포함한 많은 주요 배출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한 상황이며, 세계 1위의 탄소 배출국인 중국은 그보다 좀 더 완화된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감축 목표를 공언했다. 물론 핀란드(2035년), 오스트리아(2040년), 아이슬란드(2040년) 등과 같이 2050년보다 더 이른 시기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포한 국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앞다퉈 발표하고 있는 '장기적인 탄소중립 공약'에 대한 각국 정부의 정치적인 집착이 오히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취해야 할 현실적인 조치에는 소홀하게 만든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이 한 해 동안의 거창한 계획 짜기에만 몰두한 나머지 정작 당장 시작해야 할 공부에는 소홀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전 세계 많은 국가가 탄소중립 정책을 수립하거나 그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2021년 9월 기준 실제로 이를 법제화하는 데까지 이른 국가는 영국, 프랑스, 헝가리, 뉴질랜드, 덴마크, 스웨덴 등 14개국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이 지난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9월 24일 이를 공포함에 따라, '2050 탄소중립'과 그 이행체계를 법제화한 14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오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는 세계 196개국의 대표단이 참석해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또 이들은 상향 조정한 2030년까지의 NDC를 제출하고, ESG 정보공개 표준 단일화 등 핵심 사안을 두고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물론 '논의'에만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자신들이 해야 할 책임을 전부 완수했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 

 

2020년 코로나19의 본격화와 함께 세계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세계 탄소 배출량 역시 급감했다. 유럽의 에너지 전문 조사업체 Enerdata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배출량은 2019년 수준 대비 약 4.9% 감소했다. 배출량 감소의 대부분을 견인한 것은 미국(-10.7%)과 유럽(-10,6%)이었다. 인도 역시 석탄화력발전 및 석유제품의 소비 감소로 5.5%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만이 유일하게 2020년에조차 탄소 배출량이 2019년 대비 1.6%의 상승률을 보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 자료에 따르면, 중국의 2020년 석탄 소비량은 2060 Mtoe(Million tonne of oil equivalent, 석유환산톤)으로, 2046 Mtoe를 기록한 2019년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그리고 2020년 상반기를 지나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반등하기 시작했다. 침체된 경기가 다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신흥국과 개도국 중심으로 에너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석탄 등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19년 수준을 웃돌았다. 

 

IEA는 올해 4월, 2021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15억 톤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는 역대 두 번째 증가율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전 세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416ppm을 기록했는데, 이는 370ppm 수준에 머물렀던 2000년 이후 약 12% 증가한 수치이다.

 

장기적인 탄소중립 목표를 세우고, 그에 관한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다. 그들로서는 본인의 재임 기간이 끝난 이후의 계획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후임자의 잘못으로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가 올해 5월 29일 출범한 이래 밟아온 행보도 이와 비슷한 면모가 있다. 

 

탄중위는 지난 8월 5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을 발표했다. 이 계획안에서는 총 3개의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제시됐는데, 사실상 그중 3번째 안만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성공하는 시나리오였고, 나머지 둘은 실패 시나리오였다. 이에 나머지 두 안을 과연 '탄소중립 시나리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현실적이지 못한 계획안의 내용 역시 논란에 불을 지폈다. 3안에서조차 어느 시점에 어떤 식으로 화석연료 기반 발전소나 수송수단을 퇴출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전망 없이 그저 2050년까지 석탄 및 LNG 발전을 모두 퇴출한다는 내용만 제시했기 때문이다. 

 

또 2050년 전체 발전량에서 '무탄소 신전원'이란 생소한 이름의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1/5이나 됐다. 이때 '무탄소 신전원'에는 연소 속도와 발열량이 아직은 LNG에 비해 현저히 낮은 암모니아가 포함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상용화되기에는 시기상조인 발전원에 타당한 근거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전체 발전량의 상당 부분을 배정한 셈이다.

 

이외에도 전체 발전량에서 재생에너지발전 비중을 최대 70.8%까지 제시하거나, 아직 상용화되기엔 이른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탄중위가 임기 말에 이른 대통령 치적 쌓기에 열중하는 것 아니냐는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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