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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식량난‧경제난⋯남북관계 개선 위한 마중물 될까? - FAO, 북한에 경고 “8~10월 식량 부족 상황 극심할 것”, 북한 지난해 GDP 4.5%↓
  • 기사등록 2021-08-02 16: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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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정책은 한국이나 미국 홀로 추진한다고 성과를 맺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한미 정상뿐 아니라, 각국 내에서도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양국이 진행하려는 대북 정책에 반대하는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사진은 지난 5월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 후 4년여가 흐른 지금, 문 대통령이 임기 내내 공언했던 남북 평화통일의 메시지는 과연 어느 정도까지 진전됐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열린 제8차 조선노동당대회에서 개정된 조선노동당규약을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당규약은 지난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과 비교해 여러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기본 정치 방식을 기존의 ‘선군정치’에서 ‘인민대중제일주의’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인민대중제일주의란, 인민을 중시하고, 존중하며, 사랑하자는 원칙에 따라 당원이든 관료든 인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옹호하고 보장하기 위해 전념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아버지 김정일과는 달리 조선 인민군보다는 인민이 우선이라는 통치이념을 일찍부터 채택하며 내세웠던 말이다.

다만 북한의 인민대중제일주의 표어의 실제적인 사용은 국가적으로 맞게 되는 심각한 환란 때마다 북한 주민들이 충성을 보이도록 책려하는 취지로 여러 차례 반복됐다. 이번 역시 점차 쇠퇴해가던 북한 경제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큰 타격을 입자, 이러한 경제적 고난을 힘을 합쳐 다 함께 극복하자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라는 판단이다.

북한 경제는 ▲국제사회의 고(高)강도 경제 제재 ▲코로나19로 인한 봉쇄 조치에 더해 ▲집중호우‧태풍 등 잇따른 자연재해까지 겹치면서 말 그대로 초토화됐다. 김 위원장이 지난 6월 15일 열린 당 전원회의에서 자국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라고 공식 언급할 정도인 것이다.

UN 식량농업기구(FAO)가 지난 6월 14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북한의 곡물 부족 수요분은 110만여 톤으로 추정된다. FAO는 수입분 20만 5천 톤을 제외하더라도 86만여 톤이 부족해 국제사회의 별다른 식량 원조가 없다면 북한이 8~10월 심각한 식량 부족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등과 공동 발표한 ‘세계 식량 안보와 영양 수준 2021’ 보고서에서는 2018∼2020년 북한의 영양부족 인구를 무려 전체 인구의 42.4%에 해당하는 1,090만 명으로 추측했다.

문제는 식량난뿐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30일 `2020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란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대비 4.5% 감소했다. 이 같은 감소폭은 6.5%의 하락률을 기록했던 1997년 이후 23년 만이다. 1997년은 북한이 대기근으로 인해 수십만 명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던 시기이기도 하다.

산업별로는 전기가스수도업과 건설업 등 1%대의 소폭 상승률을 기록한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농림어업‧광업‧제조업‧서비스업 등 산업 전반에서 큰 폭의 하락을 겪었다. 

2020년 남북 간 반·출입을 제외한 북한의 대외교역 규모 역시 고작 8.6억 달러에 불과했다. 이는 2019년의 32.5억 달러에 비해 무려 73.4%가 감소한 것이다. 

심지어 남북 간 반·출입 규모는 지난 2016년 개성공단 폐쇄 조치 이후 미미한 수준을 이어왔는데, 2020년에는 전년의 6.9백만 달러보다도 적은 3.9백만 달러에 머물렀다. 

위의 자료를 바탕으로 진단할 때, 경제 회복은 현재 북한에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다가올 미래는 우리나라와 미국이 북한에 다가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이제 임기 말에 이른 문재인 대통령은 더 늦기 전에 지금껏 고수해온 대북 정책의 구체적인 성과를 국민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향후 효과적인 대북 정책 및 중국 압박 정책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유리하다.

미국은 현재 북한이 맞은 경제적 위협을 해결할 수 있도록 식량 및 경제적 지원을 해 주는 대가로 북한의 비핵화, 대중국 의존도 감소, 자유주의 국제질서로의 편입 등을 주된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러한 대북 정책을 추진하려면 우리나라와 긴밀한 협력은 필수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 국내외 정치적인 압력과 포퓰리즘으로 인해 한미 연합 훈련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최근 이러한 정책 노선이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 강화를 위한 노력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특히 두 정상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을 중심으로 더욱 광범위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백신 보급을 위해 서로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세계적인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고자 미국의 선진 기술과 한국의 생산 역량을 결합한 백신 파트너십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또한, 같은 날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해리스 미국 부통령은 한미 양국이 민주·경제적 가치로 서로 연결돼 있다고 하면서 "국제적으로 양국의 동맹이 동북아, 인도-태평양, 전 세계의 평화, 안보,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저는 우리(한국과 미국)가 함께 자유롭고 열린, 번영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도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면서 "이 지역을 강압으로부터 자유롭고 국제규범과 질서에 기반한 지역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피력했다.

이에 문 대통령 역시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전 세계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으로서 동맹의 모범이 돼 왔다"라면서 "양국 간 협력의 지평을 확대해 한미동맹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라고 화합의 뜻을 밝혔다.

이날 미국 지도부가 전달한 입장은 중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지도부와 국민에게 안보 측면에서의 안정과 확신을 심어주려는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걱정해야 할 것은 비단 중국으로부터의 안보적 위협뿐만이 아니다. 

2016년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배치를 결정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이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 시장 진입을 차단하는 등의 조치를 취한 것에서 보듯, 중국은 14억에 달하는 인구수에 기반한 천문학적 규모의 시장을 언제든 외교적 무기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북 정책은 한국이나 미국 홀로 추진한다고 성과를 맺을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다. 한미 정상뿐 아니라, 각국 내에서도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하며, 양국이 진행하려는 대북 정책에 반대하는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도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지금껏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기 위해 군사적 압박, 국제적 차원의 경제 제재, 북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협조 구하기 등 다양한 전략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북한이 처한 근본적인 환경, 즉 중국에 대한 지나친 경제 의존도나 한미동맹이 가하는 직접적인 군사 위협을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의 북한 경제 회복에 대한 의지 표명은 한미 양국과 북한이 향후 건설적으로 대화할 기회의 장을 마련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한미 양국은 북한이 현재 겪고 있는 심각한 경제적 위협을 해소하기 위해 인도주의적 원조를 신속히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단기적으로 북한과의 대화의 물꼬를 튼 후 중장기적으로는 북한을 한미 양국을 포함한 국제 자유무역 질서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북한 스스로 한미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나아가 동반자 관계로 발전하면서 장기적인 경제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게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는 점이다.

협상 없는 일방적인 지원은 지양해야 한다. 비록 김 위원장이 선대들과 다른 방식의 사고를 하고 있고, 또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할지라도 지금까지의 선례는 일방적인 원조가 일시적인 관계 개선은 가능할지언정 장기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미 양국은 북한이 국제 자유무역 체제에 편입됨으로써 경제적 성장을 꾀할 수 있게끔 허락하기 이전에, 북한으로부터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고 비핵화를 완료할 것임을 약속받고 실제로 이를 검증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줄이고 한국과 북한 주도의 새로운 힘의 균형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월 27일 남북 통신 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한 사실은 일단은 남북관계에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북한이 지난해 6월 9일 대북 전단 문제로 모든 통신 연락선을 일방적으로 차단하고 일주일 뒤인 6월 16일 개성공단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무려 13개월 만이다.

이날 청와대는 “양 정상이 남북 간에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라고 전했고, 통일부도 “이전처럼 매일 오전 9시와 오후 5시에 정기 통화를 제안했으며, 북측도 합의했다”라고 밝혔다. 

북한도 같은 시각 “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통신 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했다”라면서 “온 겨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이 오랜 시간 끝에 남북 연락 채널 복원에 호응한 것은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이 나날이 악화되고, 내년에 있을 우리나라 대선과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까지 감안하면 남북관계를 현재의 침체 국면으로 끌고 가는 것이 더는 부담스럽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통신 연락선 복원이 북미 간 대화를 더 용이하게 하는 마중물로서 작용할 수는 있어도, 실질적인 핵 협상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더불어 비핵화 등 실질적 성과가 없는 이벤트성 정상회담 추진은 오히려 국내 여론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조급해하며 남북 간 대화를 이끌어가기보다는, 국익 차원에서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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