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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근로계약, 불안정한 임금 - 청년들의 노동현실 두고만 볼 건가 - 코로나로 더 열악해진 노동환경 보고 - “생명이 이윤보다 우선임을 선포해야”
  • 기사등록 2021-07-21 21: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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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회신학대에 재학 중인 김주역(오른쪽)씨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총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기독청년 노동훈련 수료 감사예배와 보고대회’에서 6개월간 가구 회사에서 노동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왼쪽은 배달, 택배 회사에서 일한 최동빈씨. 


노동현장에서 교회의 역할을 찾기 위해 시작된 영등포산업선교회의 ‘기독청년 노동훈련’ 프로그램이 17년 만에 부활했다. 배달, 택배, 가구 회사에서 6개월간 일한 신학생 두 명은 “교회는 사람의 생명이 기업의 이윤보다 위에 있음을, 그것이 생명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뜻임을 세상에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총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연 ‘기독청년 노동훈련 수료 감사예배와 보고대회’ 관련 자료집을 20일 배포했다. 영등포산업선교회는 1983년부터 2004년까지 신학생이 직접 노동현장을 경험하고 노동선교의 방향성을 고민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올해 1월 부활한 이 프로그램에 장로회신학대에 재학 중인 최동빈 김주역씨가 참여했다.


두 신학생은 노동현장에서의 어려움을 고백했다. 최씨는 배달 앱 ‘쿠팡이츠’에서 식당으로부터 음식을 받아 주문자에게 배달하는 일을 했다. 김씨는 가구회사에서 물품을 포장하고 택배차에 싣는 일을 했다.


최씨는 플랫폼 노동자가 겪는 불안정한 임금 구조를 지적했다. 그는 “금요일 저녁 같은 경우는 주문이 많아 최저시급인 8720원보다 많이 번다. 그러나 다른 날에는 주문이 잘 오지도 않을뿐더러 거의 최저 배달료를 받아 수입이 적었다”고 말했다. 4시간 동안 6건만 배달해 2만1700원을 번 날도 있었다고 한다. 최씨는 “쿠팡이츠를 비롯한 배달파트너 앱들은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든 하고 싶을 때 일할 수 있다’고 홍보하며 배달기사를 모집하지만, 이는 곧 내가 얼마나 일하고 얼마를 벌 수 있을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어진 20대 청년의 현실을 보고했다. 그는 “6시간 동안 3~6개월 근무’라는 애매한 조건에 일하고자 하는 노동자는 적을 것”이라며 “그러나 사장이 이런 배짱 조건을 걸 수 있었던 건 코로나로 20대 청년들이 구할 수 있는 임시 직업이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동현장에 익숙하지 않은 20대는 정당한 근로계약을 맺기도 어려웠다. 김씨는 “회사 측이 20대의 어수룩함을 노린 것인지 근로계약서부터 노동환경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다수 있었다”며 “시급에 주휴수당과 기타수당이 모두 포함돼 있는가 하면 쉬는 것도 정규직 직원에 맞춰 쉬다 보니 구인 공지에 올라온 조건(휴식시간 1시간)이 지켜지는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말했다.


두 청년은 교회가 노동 현실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조지송 목사님의 ‘간추린 산업 선교 이야기’를 보면 교단에서 설교하는 목사에게 노동자가 ‘저 자식 밤새 자빠져 자고 와서 짖어대고 있네’라고 험담을 했다고 한다. 지금의 교회도 사람들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목사와 똑같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는 더 이상 자본의 논리에 사람이 희생되지 않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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