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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교회] “저탄소 삶 살자”… 정부·기업보다 먼저 나섰다 - 기후위기 시대의 교회, 해외교회는 어떤가
  • 기사등록 2021-05-12 1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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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교회협의회(WCC)가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며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하고 있는 ‘창조 세계와 기후 정의에 대한 관심’ 프로그램. WCC 홈페이지


“주 하나님이 사람을 데려다가 에덴 동산에 두시고, 그곳을 맡아서 돌보게 하셨다.”(창 2:15, 새번역)


세계교회협의회(WCC)는 ‘기후 정의와 창조 세계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며 이 말씀을 인용한다. WCC는 “성경은 창조의 온전함을 가르치고 에덴 동산을 돌보도록 인간을 부르고 있다”면서 “성경의 하나님은 자신의 피조물 중에서 가장 연약한 이들을 보호하고 사랑하고 돌보시는 정의의 하나님”이라고 밝힌다. 이어 “현재의 세계 개발 모델은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고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며 “에큐메니컬 비전은 과소비와 탐욕에 기반한 이런 모델을 극복하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다.


WCC는 1970년대부터 ‘지속 가능한 공동체’ 개념을 주창해 왔으며 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체결 이후의 모든 유엔 기후회의에 참여하고 있다. 지금은 기후 정의를 위한 시간이며 창조 세계가 위협받을 때 교회와 기독교인은 생명 정의 사랑에 대한 헌신의 표현으로 소리쳐 말하고 밖으로 행동하도록 부름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2012년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린 제9차 WCC 총회에선 ‘함께 생명을 향하여’란 제목의 선교 성명이 채택되기도 했다.


2019년엔 ‘기후변화 비상사태에 대한 WCC 실행위원회 성명서’도 나왔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지구 온난화를 1.5도 선에서 유지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할 것, 기후 비상사태로 재난을 겪는 이들을 재정으로 도울 것, 생물 다양성을 보호하고 벌채와 싸우며 농업생태학을 격려할 것 등을 직접 요청했다.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일방적으로 탈퇴하는 등 퇴보를 일삼을 때 역으로 취해진 조처였다.


WCC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가장 최근 고안한 운동은 ‘시원해진 지구, 높아진 이득(Cooler Earth Higher Benefits)’ 프로그램이다. ‘은행 갈 때 지구를 생각하라’가 핵심이다. 은행에 맡기는 예금이 종종 화석 연료를 기반으로 한 산업에 투자되니 이걸 막자는 취지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지표를 염두에 두고 가장 손쉬운 돈줄로 통제하자는 것이다. 세계 금융의 16%만이 탄소저감 분야에 투자되고 있다는 현실도 전한다. 이어 은행에 탄소저감 투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묻는 편지를 쓰고 흡족할 때 돈을 맡기라고 주문한다. WCC는 이런 캠페인을 주일학교 등을 통해 철저하게 다음세대 눈높이에 맞춰 진행한다. 어른세대가 남용하는 지구 환경은 다음세대로부터 빌린 부채라는 점을 강조하며 세대 간 함께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정부나 기업보다 교회가 먼저 저탄소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고 지금도 이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장로교(PCUSA)는 90년 열린 제202차 총회에서 지구 온난화와 오존층 파괴 문제를 다룬 ‘생태와 정의를 위한 창조세계 복원’ 정책 성명을 채택했다. 96년 제208차 총회에서는 ‘정의롭고 지속가능성 발전’에 관한 성명을, 2006년 제217차 총회 당시에 이미 ‘탄소 중립적 삶’을 살 것을 강력히 권고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미국의 파리 기후변화협약 복귀를 선언한 데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대응을 지속적으로 요청한 미국 종교계의 노력이 있었다.


영국성공회는 2005년 기후변화에 전체 교회가 대응해야 한다는 방침을 선언한 후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2월 연례 총회에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제로’에 도달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목표 시점은 초기 계획보다 15년 더 빠르고 영국 정부의 공식 ‘탄소 제로’ 목표보다 20년 앞서 있다.


성공회는 4만여개 교회 건물에 친환경 태양광 장비를 설치하거나 겨울철 난방 온도를 낮추고 전력효율이 좋은 전구로 조명을 바꾸도록 권유했다. 탄소 중립, 플라스틱 줄이기 운동 등에 대한 교인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기후변화와 신앙 간의 연관성을 알리는 인식 개선 운동도 펼치고 있다. 가톨릭의 기후위기 대응 교리서 ‘찬미받으소서’와 견줄 만한 내용이다. 또 성공회 연기금 등을 통해 에너지 기업들이 탄소 배출량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WCC 중앙위원인 배현주 전 부산장신대 교수는 “탄소 대응은 정부와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도달이 어려우며, 시민들의 의식이 변하고 몸으로 실천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 과제”라면서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는 말씀을 실천하는 크리스천들이 먼저 생명의 길로 인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기후 대응은 다음세대의 문제이기도 하다”면서 “하나님 사랑, 이웃 사랑에 더해 자녀들과 다음세대를 위한 사랑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자”고 제언했다.


세계선교협의회(CWM) 총무로 내정된 금주섭 장로회신학대 교수도 “해외교회들은 80년대 초부터 창조세계 보전을 선교적 사명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면서 “이제는 인간과 자연을 선교의 동역 관계로 이해하는 데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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