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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 감독 "꽃제비 실상 접하고 충격…작품 결심" - 배우 추상미, 첫 장편 입봉작 <폴란드로 간 아이들>로 감독 데뷔
  • 기사등록 2018-10-20 11: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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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미 감독은 "산후 우울증을 앓던 중 꽃제비의 실상을 보고 북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고 고백했다.

6.25전쟁 고아들의 실화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이달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를 제작한 추상미 감독을 만나 작품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쟁 상처를 매개로 사랑 나눈 '러브 스토리'"



6.25전쟁 중이던 1951년, 북한은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동유럽 사회주의 동맹국들에 전쟁 고아들을 맡아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러시아와 체코, 헝가리, 폴란드 등 동유럽 지역에 수천 명의 북한 고아들이 보내졌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8년 간 폴란드에 머물다가 다시 북한으로 송환된 1천5백여 명의 북한 고아들을 조명했다.



메가폰을 잡은 추상미 감독은 산후 우울증을 앓던 중에 꽃제비의 실상을 보고 북한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됐고, 얼마 뒤 폴란드로 보내진 고아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이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는 장편 영화를 제작하기 위해 소재를 찾고 있던 추 감독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추 감독은 본격적으로 폴란드에서 아이들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말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을 부모의 사랑으로 품고, 여전히 이들을 그리워하고 있는 폴란드 선생님들을 만나게 됐다.



추 감독은 "폴란드는 1950년대 당시 유신론 사회주의 체제였고, 북한 고아들을 맡았던 선생님들은 모두 신앙심이 깊은 분들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 역시 제2차 세계대전이란 전쟁의 상처를 경험했다"며 "고아였던 빈민 출신의 선생님들이 이 북한 고아들을 맡아서 양육한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폴란드 선생님과 북한 고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이 10월 3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사진제공=커넥트픽쳐스)

"전쟁 고아에서 탈북자로 이어지는 분단의 비극"



폴란드 선생님과 북한 고아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는 여정에는 탈북 소녀도 동행했다. 추상미 감독은 "분단의 비극이 6.25전쟁 당시 전쟁 고아들에게서 시작됐고, 이 비극이 대물림되어 이제는 탈북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러한 비극이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영화에는 여정에 동행했던 이 탈북 소녀가 60여 년 전 북한 아이들을 품었던 폴란드 선생님을 만나 회복되는 모습도 담겼다.



추 감독은 "이 소녀가 초반에는 마음을 닫고 있었는데 폴란드 선생님들이 반겨주고 안아주니까 깊이 박혀있던 상처가 많이 치유되고, 정체성도 회복한 것 같다"며 "영화 준비 과정에서 의도했던 내용은 아니었는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역사하신다는 것을 느껴 이 내용을 그대로 영화에 담았다"고 고백했다.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이번 영화의 주인공이나 다름 없는 북한 고아들 중 한 명의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다. 폴란드로 보내졌던 북한 고아들 중에 성인이 되어 북한을 떠난 탈북자가 있었던 것이다.



추 감독은 "그분을 꼭 만나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작년에 돌아가셨다"며 "그분이 돌아가시기 전에 폴란드로 이민을 가기 위해 준비하고 계셨다고 들었는데, 그런 걸 보면 그곳을 무척 그리워하셨던 것 같다"고 전했다.



함께 지냈던 북한 고아들을 회상하며 눈물을 훔치는 한 폴란드 선생님. (사진제공=커넥트픽쳐스)

"증오·상처 극복하고 사랑 실천한 이들의 선한 이야기"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지난 4일 개막했던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화제작으로 주목을 받았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던 한국인 아이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 깊은 울림을 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추상미 감독은 "시대적인 메시지를 담아내는 영화를 만들라는 소명을 하나님께서 주셨다"며 "이번 영화에서는 상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조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추 감독은 "폴란드 선생님들은 전쟁으로 인한 아픈 상처를 온통 다른 민족을 품는 데 선하게 사용했다"며 "이들이 상처를 극복하고 북한 고아들에게 사랑을 쏟아부었듯이 오늘날 우리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컴패션, 즉 연민으로 결국 북한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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