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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판 제막 후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 표지판 기준 왼쪽 줄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손동희 권사, 조충훈 시장, 이정현 의원. (표지판 오른쪽 줄 왼쪽에서 두 번째·네 번째·여섯 번째가 각각) 박병선 집사(진돗개 전도왕), 임화식·주명수 목사.
“손동인·손동신의 순교, 우리 신앙 불타오르게 할 것”

한센병 환자들에 대한 헌신적 사랑으로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故 손양원 목사(1902~1950). 특히 그는 자신의 두 아들(손동인·손동신)을 죽인 원수를 양자로 삼아 세상에 큰 울림을 주기도 했다. 고인은 여전히 위대한 신앙의 모범으로 한국교회와 사회에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동인과 동신의 순교’는 그 만큼 부각되어 있지 않다. 아버지의 족적이 워낙 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순교’했다는 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라남도 순천시 교계가 손동인·손동신의 순교신앙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29일 그들의 순교지로 알려진 현재 중앙동 상가(과거 순천경찰서 뒤뜰)에서 ‘순교지 표지판 제막식’을 열었다. 이 행사는 한국기독교선교역사박물관(이사장 주명수 목사)이 주관했고, 순천시 교회들로 조직된 ‘복음엑스포네트워크’(대표회장 임화식 목사)와 순천시청이 함께했다.

이날 제막식은 임화식 목사(순천중앙교회)의 사회, 김병찬 목사(여수성동교회)의 기도, 조충훈 순천시장과 이정현 의원(새누리당)의 인사말, 손동희 권사(故 손양원 목사의 딸이자 동인·동신의 동생)의 헌화, 제막식 및 기념촬영으로 진행됐다.

조충훈 시장은 “오늘 이 제막식은 순천시가 가진 자랑거리 중 하나를 내놓는 의미 있는 자리”라며 “故 손양원 목사님의 원수를 용서한 사랑과 동인·동신의 희생이야말로, 오늘날 우리가 추구해야 할 시대정신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도 “사랑과 용서는 인류가 지켜가는 가치”라며 “故 손양원 목사님과 순교한 두 아들의 이야기가 영화로도 만들어져, 보다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화식 목사는 “우리가 가진 신앙의 유산을 알리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오늘 작지만 결실했다”면서 “순교의 피가 순천시를 적시고, 나아가 모든 이의 가슴 속에 신앙의 불길을 타오르게 할 줄 믿는다.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더욱 창대케 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손동희 권사와 남동생 손동길 목사도 참석했다. 특히 손 권사는 “아버지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두 오빠는 그렇지 못하다”며 “어려서부터 두 오빠의 신앙을 가까이서 지켜봤다. 일본에 나라를 빼앗겨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시대, 우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님을 붙드는 일 뿐이었다. 두 오빠의 장례를 치렀던 순천에 오니 새삼 그 분들이 다시 생각난다”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앞서 순천중앙교회(담임 임화식 목사)에서 열린 1부 인사 및 경과보고를 통해 인사말을 전한 주명수 목사는 “순천은 청년 순교자요 애국 청년들인 동인과 동신 형제의 거룩한 피를 받은 고장”이라며 “해방 70년을 맞은 올해, 그들의 순교·순국의 자리에 표지판을 세우게 돼 무척 기쁘다. 이것이 후세들의 ‘경천애국’(敬天愛國) 정신 함양에 큰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동인·동신 형제가 생전 신앙생활을 했던 순천제일교회의 홍성호 목사는 경과보고에서 “임화식 목사님을 비롯한 복음엑스포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연구와 고증을 통해 동인과 동신 형제가 살았던 하숙집과 순교했던 과거 순천경찰서 뒤뜰을 알아낼 수 있었다”며 “오늘 세운 이 표지판이 작지만 의미 있는 족적으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결코 헛된 죽음 아니다… 한국교회사에서 가장 큰 자산”

한편 이날 제막식과 함께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주명준 교수(전주대), 차종순 목사(전 호남신대 총장)가 발제자로 나섰다.

먼저 ‘손동인·동신 형제의 순교’를 제목으로 발표한 주명준 교수는 “故 손양원 목사와 동인·동신 형제의 순교는 우리나라 기독교 역사상 큰 자산이 아닐 수 없다”며 “기독교는 순교자들의 피를 자양분 삼아 온 세상에 퍼졌기 때문이다. 한국 기독교는 이들 부자의 순교역사를 항상 되새기면서 그 고난에 동참하는 실천적 신앙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인·동신 형제의 죽음은) 좌우익 사상 갈등의 결과가 아니고, 신앙을 중심으로 한 싸움의 결과였다”면서 “그들은 꽃다운 나이게 스러졌으나, 그들의 순교의 피는 오늘날 교회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고 있으니, 그 죽음은 결코 헛된 죽음이 아니”라고 역설했다.

차종순 목사는 ‘호남과 호남인의 순교신앙에 관하여’를 제목으로 발표했다. 차 목사는 “미국남장로교회 한국선교회는 크게 세 기둥을 중심으로 호남 선교에 집중했다. 바로 복음선교·의료선교·교육선교”라며 “그러나 이를 적용시키기 위해 선교사들은 지역의 기후·지리·역사·문화·종교적 특성을 반영했다”고 말했다.
차 목사는 “그 특성은 첫째로 호남은 한국의 곡창지대이면서도 주민들이 가난하다는 것이다. 둘째는 그로 인해 배움이 적고, 셋째는 질병이 성행하지만 그 치료를 주로 무속에 의존하며, 넷째가 주민들의 협동심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요소들이 호남이 많은 순교자들을 배출하게 된 특성들이다. 특히 호남은 천주교와 개신교에서 한국의 첫 번째 순교자를 배출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순교의 정신은 조선조 말 의병운동 기간에, 일제시대의 삼일만세운동과 신사참배 반대운동 기간에, 그리고 해방에서 한국전쟁에 이르는 기간에 순교자를 대량으로 배출하게 했다”면서 “호남은 개신교 순교자 총 수(약 1천명)의 85% 정도를 배출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순교’ ‘증언’ ‘제자’가 한 단어에서 파생됐음을 감안할 때, 그리스도의 제자는 순교적 상황에서 명백하게 드러나고, 그 순교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난다”며 “오늘 동인·동신 형제의 순교를 알리는 표지석의 설치는, ‘이들의 순교 이야기가 언젠가는 쓰일 것’이라고 했던 한 선교사의 예언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했다. (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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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5-01-29 19:2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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