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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수화 청년의 신천지생활 7년 그 생생한 증언⑥

2014년 07월 22일 (화) 12:41:36 나수화 webmaster@amennews.com


나수화(가명)

6. 가정평화인줄 알았더니 가정소홀이었다.

2013년에는 여동생이 심한 조울증을 앓게 되었다는 걸 알았다. 여동생은 나와 같은 청각장애인이다. 나는 혹독한 구화훈련으로 어느 정도 말을 할 수 있었으나 동생은 말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부모님과의 대화가 거의 없는 편이었다. 부모님께 수화나 필담으로 동생과 대화를 많이 해볼 것을 권유했지만 바쁜 신천지 생활 때문인지 동생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려 하지 않으셨다.

첫째인 나에게는 엄격하게 대하시는 반면 막내인 동생에게는 너무 오냐오냐 키워서인지 동생에게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럴 때 부모님이 따끔하게 혼내고 고칠 점을 고쳐나가야 하는데 그런 행동조차 없으셔서 거의 내가 혼냈다. 의사소통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냥 ‘언니인 네가 좀 타일러’ 혹은 ‘동생 혼자 알아서 해라’ 라고 내버려두는 것이다. 당시 부모님이 많이 바쁘시니까 할 수 없이 내가 돌봐야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글을 읽기 어려워하고, 수화도 올바르지 않게 배운 동생은 다른 사람과의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누군가와 사귀어도 인격에 문제가 많은 친구하고만 사귀었다. 나도 여러 가지 고칠 점과 부족한 것이 많지만 동생은 그것이 더 심했던 것 같다. 때론 너무 버릇없는 말과 행동을 내게 하여 서로 많이 싸우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밖에 없는 내 동생이기에, 같은 청각장애인이기에 나름대로 부모님 대신 챙겨주었다. 하지만 너무 심한 피해의식, 학교 문제, 이성 문제, 극단적인 거짓말 등등으로 나는 더 이상 동생을 감당할 수 없어 한동안 부모님께 맡기고 동생과 대화를 안 하게 되었다. 그 이상 동생을 상대했다간 나마저 동생을 닮아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그런 내 동생이 언제부터인지 심하게 우울했다가 갑자기 심하게 기분이 좋아지는 등의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전부터 동생의 심리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아서 부모님께 병원에 데리고 가서 상담을 받아보자고 지속적으로 말씀을 드렸다. 그러나 “뭐 하러 그런 것을 받아.”라며 무시하셨다. 결국 동생이 새벽 늦게까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서 굉장히 먼 곳에서 내려 밤새도록 돌아다닌 사건이 일어나고 나서야 병원에 데려가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나는 또다시 시험에 든 기분이었다. ‘이렇게 열심히 신천지를 다니는데 왜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라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을 했다. 당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아토피까지 재발해서 매일 잠을 못 자 밤을 새는 일이 허다했다. 책을 읽거나 인터넷 등으로 이 힘든 상황을 잠시 잊으려고 애썼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나마저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았다.

그 당시에 신천지에서 전도대상자의 기준을 강화시키고 있었다. 새로 생긴 기준은 ‘과거나 현재에 우울증, 정신질환을 앓은 사람은 전도 대상자에서 제외한다.’였다. 그 글을 보는 순간 나는 울컥하는 기분이 들었다. 저 기준을 따르면 내 동생은 절대로 신천지에 못 들어간다. 그와 동시에 ‘장애인, 가난한 자는 전도금지’라는 기준도 떠올랐다. 그러자 갑자기 신천지에게 혐오감이 들었다. 마치 세뇌에서 빠져나와 처음에 줄기차게 의심하는 나로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이제 신천지고 예수고 뭐고 더 이상 아무도 믿고 싶지 않다는 강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7년 동안 믿어왔던 예수님을 그냥 놓아버리기에는 뭔가 아쉬웠다. 그래서 기도를 드릴 때에는 “하나님, 정말 이 곳이 진리의 성읍이 맞나요? 솔직히 144,000명만 혜택을 보는 것도 이상해요. 하나님이시라면 장애인, 아픈 사람 차별 없이 모두에게 왕 같은 제사장 혜택을 주실 것 같아요. 정말 이 곳이 진짜라면, 그럼 제가 의심하는 것 자체가 참 큰 죄이고 감히 건방진 생각을 하는구나 하실지 모르겠어요. 부디 그런 저를 용서해주시고 진짜 믿음이 생길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래도 만약 이 곳이 정말 가짜라면 어떻게 할까요. 이곳을 계속 다니는 게 올바른 선택일까요?” 이런 식으로 예배 후에 꼭 드렸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었다.

그리고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운 부모님께서 계속 신천지에 다니며 매달 헌금을 몇 십 만원 씩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하나님께 십일조는 꼬박꼬박 드려야지.’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나는 조울증에 걸린 동생에게 심리 상담을 받게 하지 못하고 약만 먹이고 여기저기 갚아야 할 빚도 많은 현실을 외면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그냥 바라볼 수만은 없었다.

‘어떻게 하지?’라고 열심히 머리를 굴러 방법을 모색해봤으나 딱히 이렇다 할 대안이 없었다. 신천지를 그만 나가라고 막연히 이야기하면 집안이 뒤집어질 것이다. 내가 심한 복통이나 감기에 걸려도 ‘절대로 결석하면 안 돼.’라며 억지로 교회에 끌고 갈 만큼 신천지에 목숨을 거신 분이신데, 그분들에게 신천지로 나가지 말라니, 미친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부모님은 신천지를 다니며 옛날과 많이 달라졌고 신천지에게서 위안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부모님은 신천지를 다닌다고 해서 행복해진 것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많이 힘들어 하신다. 그것은 2013년에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심하게 말다툼을 하신 후로 나에게 솔직히 털어놓으시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아버지께서 아는 신천지 집사에게 부탁을 받아 그 집에 가서 잠깐 고장이 난 물건을 고치고 온다고 해놓고서 안 오는 것이었다. 어머니께서 수상히 여겨 그 집사 집에 가는 길에 아버지와 집사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오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들은 나는 그게 왜 의심할 상황인지 의아해하다가 뒷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나와 동생이 어릴 때부터 바람을 많이 피우셨다고 한다. 심지어 어머니가 갓난아기인 동생을 돌볼 때도 수시로 밖에 나가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셨다. 그뿐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직업 없이 밖으로 돌아다니기만 하셔서 어쩔 수 없이 어머니께서 대신 일하러 나가셔야 했다. 이야기를 다 듣고 난 나는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에게 그런 문제점이 있는 줄 미처 모른 것도 있었지만, 신천지에 다니면 그런 나쁜 점이 다 없어질 줄 알았는데, 전혀 변한 게 없다는 사실에 더 충격을 받은 것이다.

어머니께서 아버지를 의심하니까 오히려 아버지가 적반하장으로 주변 지인에게 어머니를 쓸데없이 의심만 하는 이상한 여자라 이야기한다고 말하며 우셨다. 그리고 이혼하고 싶지만 신천지에서는 이혼하는 것을 금지한다고 하니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했을 때는 너무 마음이 쓰라렸다. 그리고 확신했다. 신천지를 다닌다고 해서 사람이 꼭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위와 같은 이런 이야기를 써도 될지 모르겠다. 괜히 부모님을 욕보이는 것 같은 죄책감이 든다. 부모님도 이런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실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신천지 인들은 신천지를 다니게 되면 아무리 나쁜 사람이라도 좋은 사람으로 변화한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 착각을 깨기 위해서 부득이 쓸 수밖에 없었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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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07-22 16: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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