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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 "중수청은 일제 특별고등경찰의 소환" - 중대범죄수사청은 "반대세력 국사범(國事犯) 처단 목적"
  • 기사등록 2021-03-02 10: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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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여당이 설립을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은 경찰 조직을 하나 더 만드는 것으로, 일제시대의 특별고등경찰(特別高等警察)과 다를 바 없다는 현직 검사의 주장이 나왔다.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해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일 여권의 입법 추진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실상의 ‘검찰 해체’로 법치주의의 말살이며 헌법 정신의 파괴”라고 맹비난한 언론 인터뷰가 공개돼 파장이 예상된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성기범 서울중앙지검 검사는 전날 오후 검찰 내부망에 ‘중수청 : 일제 특별고등경찰의 소환’이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성 검사는 2004년 경찰대학교를 졸업하고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다 2008년 제50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2011년 검사로 임관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2017년 미국 보스턴대학교 로스쿨 LL.M 과정을 거쳐 2019년 미국 뉴욕주 변호사 등록을 마치기도 했다.



성 검사는 게시글에서 “국회의원 황운하 등 21인의 발의자들이 특별고등경찰(이하 특고)이라는 구 일본제국의 유령을 소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고는 구 일본제국이 1910년 메이지 천황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그전부터 사상범만을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한 고등경찰을 확대 개편하여 내무성 내에 사상 관련 사무를 취급하기 위해 꾸린 조직”이라고 밝혔다.



성 검사는 “특고 중 중간관리자 이상 주요 구성원은 고등문관시험 행정과, 사법과를 합격한 유수의 명문대 졸업자로 충원됐다고 하고, 내무성 경무국에 경시청특고부, 주요 도도부현 경찰국에 특고부가 신설됐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그 당시에도 도도부현지사가 경찰국을 지휘했으나 특고는 지방단체장은 물론 소속 경찰부장(경찰서장 유사)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내무대신에게 직보하는 업무체계를 가졌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성 검사는 “중수청은 특정한 사안만을 담당하는 별도의 경찰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성 검사는 “중수청법 가안에 수사청장을 ‘수사총감’, 차장을 ‘수사정감’이라고 두고 그 외 구성원을 모두 수사 1급부터 수사 7급의 ‘수사관’으로 두고 있다”며 “결국은 대놓고 경찰공무원법을 그대로 준용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황 의원을 겨냥해 “아무리 경찰관 출신 국회의원이 발의하는데 관여했다고 해도 이렇게 대놓고 경찰 조직같이 꾸민 것은 상상력의 부족 같다”며 “‘검사’의 흉내라도 낸 ‘공수처법’은 정말 위대한 법률로 보일 정도다. 웃고 넘어갈 것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즉, ‘중수청’은 그냥 대놓고 하나의 경찰조직을 새롭게 만들어 낸 것”이라며 “여기에 들어갈 예산은 최소 몇 천억원은 될 텐데 예산계획을 다 검토해서 발의했을 리는 없을 것”이라며 “검찰이야 세입예산이라도 있지, 저 수천억원은 복지 예산에 쓸 돈인데 참 아깝다”고 말했다.



성 검사는 “게다가 국가적 중요성을 인정받아 그나마 검사의 직무로 남겨둔 소위 6대 범죄에 관한 수사에 관한 직무를 그야말로 개정 검찰청법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그대로 뺏어가고 있다”며 “경찰조직의 얼개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조직을 뚝딱 만들고 가장 엄중한 범죄에 관한 수사만 콕 찍어 직무로 부여하고 있으니 이게 특고가 아니면 무엇이 특고에 해당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소위 수사권 조정으로 검사는 사법경찰에 대한 유효한 통제방법을 상당 부분 잃었다”며 “당연히 위와 같이 중요한 임무를 맡게 된다는 중수청도 검사는 영장청구나 보완수사요구 말고는 딱히 통제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자유민주국가, 법치국가에서는 그 구성원인 시민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기본권 침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 수사기관”이라며 “그 수사기관의 직무 수행의 합법성을 통제하는 검사의 권한을, 검사의 권한을 줄인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이미 쑥 빼냈다”고 했다.



이어 “그렇게 검사의 소중한 사명을 쑥 빼낸 다음, 중수청이라는 또다른 괴물이 이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서게 됐다”며 “특고가 가진 위상, 직무를 그대로 가지게 된 중수청을 검사는 물론 아무도 통제하지 못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검찰은 기소를 해야 되니 법정까지 책임질 각오로 수사를 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특고는 오히려 사상범만 국사범이랍시고 잡아넣었다”고 덧붙였다.



성 검사는 “중수청은 특정한 목적을 염두에 두고 고안해 낸 조직”이라고 강조했다.



성 검사는 “중수청은 7급 이상의 특정직 공무원으로 구성돼(국가정보원과 유사),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중요 범죄만을 수사한다는 조직”이라며 “그럼에도 공전절후(空前絶後)한 조직이다. 역사, 경험, 노하우도 없이 새로운 조직을 외인구단 만들 듯이 반짝반짝 만들어 낸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제국의 경우 1912년 메이지천황의 사망 이후 그 아들인 다이쇼천황이 즉위하자, 일부 세력이 입헌민주의 정신을 강조하면서 사회 전체에 자유주의의 분위기가 높아지게 됐다”며 “소위 ‘다이쇼 데모크라시’의 대두인데, 특고는 바로 그 시점에 찬물을 끼얹고자 기존 체제의 변혁을 꺼려하는 관료, 군인, 재벌의 이익에 부합하고자 고안됐다고 보는 것이 유력한 설명”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3년 이상의 시간 동안 수차례 검찰개혁의 시간이 있었음에도,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차례의 수사,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시도 끝에 다양한 정치적 이벤트가 연이어 있는 시기에 생뚱맞게 중수청이 등장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연 생뚱맞은가?”라며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듯이 이 사람들(황 의원 등 법안 발의자)의 생각에 거스르는 일체의 세력을 새로운 칼을 휘둘러 소위 국사범(國事犯)으로 엄중히 처단할 의도가 있다고 보면 안 되나요? 아무튼 저는 그렇다고 본다. 그러니까 중수청이 특고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글의 말미 성 검사는 “제 글은 웃고 넘어가셔도 좋습니다만, 검사, 검찰공무원이 아니라도 자유민주국가의 시민이라면 이 웃기는 상황은 웃고 넘어가시면 안 된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키는 법치국가의 근간이 뿌리째 흔들림이 이번 ‘중수청법’ 제안에서도 역력히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물론 중수청이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시민의 기본권을 지켜내기 위해서, 이 글이 미친 소리에 불과했다고 조롱을 듣게 되도록 본분에 더욱 충실히 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공소청에 대해서도 참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만, 그러나 공소청은 제 밥그릇의 문제라 밥그릇 지킨다고 뭐라 하실 테니 ‘살려주세요!’ 한 마디만 드리고 일단 물러가겠다”며 글을 마쳤다.



한편 이날 윤 총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당이 추진 중인 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 등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은 이르면 이날 혹은 내일 대구 고·지검 방문 후 여당의 중수청 설치 추진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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