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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에 USB 전달은 했지만…” 격화된 북한 원전 논란 - “원전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
  • 기사등록 2021-02-01 17:5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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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도보다리 위에서 대화 하고 있다. 뉴시스
2018년 4월 27일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USB’를 놓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격돌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USB에 ‘북한 원자력발전소 건설 추진’ 관련 내용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청와대와 정부, 여당은 원전의 ‘o’ 자도 없다며 반박했다.

북한 원전 건설 추진 의혹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이 삭제한 530개 파일 목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감사원법 위반·방실침입 혐의로 기소한 산업부 공무원 A씨 등 3명은 감사원 감사 직전 모두 530건의 내부 자료를 삭제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엔 이들 공무원이 삭제한 문건 중 북한 원전 관련 자료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북한 지역 원전건설 추진 방안’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 등이다. 핀란드어로 북쪽을 뜻하는 ‘뽀요이스(pohjois)’라는 폴더와 북한 원전 추진의 줄임말로 해석되는 ‘북원추’ 폴더가 존재했고 여기엔 ‘북한 전력 인프라 구축을 위한 단계적 협력 과제’ ‘북한 전격산업 현황과 독일 통합 사례’ 등의 파일이 담겼다.

파일에 적힌 숫자로 짐작할 때 이 문건들의 작성 날짜가 2018년 5월 2~15일로 추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이 기간은 1차 남북정상회담과 2차 남북정상회담 사이이기 때문에 관련 의혹이 더 증폭됐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를 두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문재인정부가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했다”며 “원전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리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런 이적행위 국기문란 프로젝트가 일부 공무원 차원이 아닌 정권 차원에서 극비리에 추진돼온 정황이 드러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 비대위원장의 이 같은 비판에 격노하며 “아무리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다지만 이런 식의 정치 공세는 이해할 수가 없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 대응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북한 원전 논란은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증폭됐다. 조선일보 등은 1차 정상회담 당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도보다리 회담’에서 USB를 건넸다고 보도하면서 이 USB에 원전 건설 관련 제안이 담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보도 직후 조한기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도보다리에서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USB를 건넸다는 기사, 물론 거짓이다”라며 “두 정상이 물밑 거래를 했을 것이라 연상시키는 악의적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당시 의전비서관이었던 나와 북의 김창선이 함께 현장에 있었다. 전 세계에 생중계된 장면을 이리 왜곡하다니 기가 찰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4월 30일 당시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신경제 구상을 담은 USB를 직접 전달했다”는 사실을 언론에 알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신경제 구상을 담은 책자와 프레젠테이션 영상을 건네줬는데, 그 영상 속에 발전소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었다.

때문에 조 비서관이 문 대통령이 스스로 인정한 ‘USB 전달’ 자체를 부정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조 비서관은 중앙일보를 등을 통해 “도보다리 회담 때 (USB를) 건넸다는 데 대한 언급이었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측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협력 사업 어디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1차 정상회담을 계기로 USB를 건넨 건 사실이지만 USB엔 신재생 관련 발전소 건설 및 북한의 화력발전소 개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전의 ‘o’자도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청와대 국정상활실장으로 남북정상회담에 핵심점 역할을 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문재인정부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협력 사업 어디에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여권의 한 핵심 인사도 “원전은 당시나 지금이나 미국의 동의 없이는 절대 북한에 건설할 수 업는 상황”이라며 “남북관계 개선을 전제로 당장 협력이 가능한 부분이라는 게 결국은 수력, 화력, 신재생에너지 등인데 원전은 맥락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를 위해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전제하에 남북 간 발전시킬 수 있는 신경제의 모델을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통일부도 31일 입장자료를 통해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측에 전달한 ‘한반도 신경제 구상’에는 원전이라는 단어나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전날에도 산업부 공무원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북한 원전 건설’ 관련 문건이 나왔다는 보도에 대해 “2018년 이후 남북협력사업으로 북한에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현 정부의 북한 원전 건설 검토를 ‘원전게이트’로 규정하고 “대통령이 답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실시를 요구하고 당 차원에서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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