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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됐다고?… 중한 벌에 처해질 수 있어 - 낙태죄 개정이 국민의 명령이다
  • 기사등록 2021-01-19 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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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마치 포 라이프’(March for life)에서 참가자들이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행사는 미국 최대의 생명존중 행사다.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4월 낙태죄를 처벌하는 형법 제269조 제1항 등에 대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하고, 위 조항들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헌법불합치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국회는 지난달 12월 31일까지 낙태죄 조항을 개정하지 못하고 결국 입법시한을 넘겼다.



이에 대해 일부 여성단체와 언론은 1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낙태죄가 사라졌거나 폐지됐다고 환호했다. “이제 여성이 임신 중단을 하거나 의료인들이 임신 중단을 도왔다는 이유로 처벌받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것은 오해다. 헌재 결정을 자세히 보면 명백하게 드러난다. 우리 형법상 낙태는 2개의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죄(제269조 제1항)를 기본으로,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는 동의낙태죄(제269조 제2항)를 죄로 정한다.



특히 의사 등 업무로 낙태에 관여할 수 있는 자가 임신 여성의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낙태하는 업무상 동의낙태죄(제270조 제1항), 촉탁·승낙 없이 낙태하게 하는 부동의 낙태죄(제270조 제2항)의 경우 더욱 무겁게 벌을 내린다.



게다가 낙태로 인해 부녀를 상해 또는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낙태치사상죄(제269조 제3항, 제270조 제3항)를 별도로 두고 있다.



헌재는 지난해 4월 결정에서 “형법 제269조 제1항의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의 업무상 동의낙태죄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한의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 부분은 심판 대상에 삼지도 않았다.



즉 낙태죄 모두에 대해 불합치 결정을 한 것이 아니다는 말이다. 엄밀히 말해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효력을 잃은 것은 형법 제269조 제1항의 자기낙태죄와 제270조 제1항의 ‘의사’ 부분에만 해당된다. 구체적으로 형법 제269조 중에서도 제1항에 대해서만 불합치 판단을 했다. 제2항, 제3항에 대해서는 효력을 부인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이제 헌재 결정으로 임신한 부녀는 스스로 낙태 행위를 하더라도 자기낙태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하지만 제3자가 임신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행위를 한 경우는 제2항의 동의낙태죄에 해당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임신부에 대해 자기낙태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해서 대향범, 즉 낙태행위를 한 제3자가 동의낙태죄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형법은 자기살인(자살)에 대해 처벌하지 않는다. 하지만 촉탁이나 승낙을 받아 살해한 자(대향범)는 처벌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252조 제1항)



또한 제270조 제1항의 업무상 낙태죄 중에서는 ‘의사’에 관한 부분만 효력이 상실되었기에 한의사나 약사가 낙태에 가담한 경우 여전히 업무상 동의낙태죄에 해당된다.



입법 공백 상태로 인한 가장 큰 문제는 의사가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하는 경우 제269조 제2항(동의낙태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가중처벌되는 업무상 동의낙태죄는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효력이 없어졌다. 하지만 의사 외 일반인에게도 적용되는 동의낙태죄는 그대로다. 쉽게 말해 의사의 낙태행위는 형만 줄었을 뿐 나머지 형법 위반은 그대로다.



더욱이 형법에는 낙태로 인해 상해를 입힌 경우 별도의 처벌규정이 있다.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에 이르기 전까지의 태아를 부녀의 세포 또는 신체의 일부로 본다면 낙태는 필연적으로 ‘부녀의 상해’를 동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의사의 낙태행위는 낙태치상죄(제269조 제3항)에 처해지는 결과가 된다.



정리하면 이렇다. 헌재 결정 이후 입법시한을 넘겨 입법자가 형법을 개정하지 않은 현 단계에서 낙태죄가 폐지되거나 사라진 것이 아니다.



현행 형법상 여전히 낙태는 범죄며, 더 중한 벌에 처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입법 공백으로 발생하는 법적 혼란이다. 이것을 정리해야 할 국회에서 이런 혼란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입법자인 국회는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취지에 따라 형법을 빠른 시일 내에 개정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 형법은 위험의 발생을 충분히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자유로운 행위에 대해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형법 제10조 제3항) 따라서 범죄를 계획한 뒤 용기를 내기 위해 술을 마시고 일부러 한 범죄행위는 책임을 면제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임신을 예견한 성적 자기결정권과 그에 따른 낙태는 어떤가. 잘못은 자유롭게 결정한 성행위에 있지 무고한 태아에 있지 않다. 그런데도 낙태 옹호론자들은 태아 살해행위를 여성의 생명권, 임신중단권으로 포장하고 있다.



지영준 법무법인 저스티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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