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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믿었다는 이유로… 탈북자 고문·강제북송 - 한국미래이니셔티브 보고서
  • 기사등록 2020-11-02 22: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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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래이니셔티브가 2019년부터 7개월간 진행한 북한이탈주민과의 인터뷰 117건의 내용을 토대로 했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 제공
A씨는 중국 장춘 철북감옥에서 심각한 고문을 당했다. 기독교를 믿었다는 이유였다. 그는 철판 등받이가 있는 통나무 의자에 앉아 얼굴 앞에 차가운 금속 봉을 대고 있어야 했다. 전기 고문과 물 고문을 당했고 12시간 동안 팔다리가 묶인 상태로 매달려 있어야 했다. 간수들은 A씨를 3일간 잠을 재우지 않았고, 그 상태로 머리에 종이봉투를 씌워 백산 감옥으로 이송했다. 그는 철사에 발목이 묶인 채로 한 달간 그곳에 구금됐다.

비영리 인권단체 한국미래이니셔티브(대표 마이클 글렌디닝)가 지난 27일 국제 종교 자유의 날을 맞아 공개한 보고서에는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 실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2019년부터 7개월간 진행된 북한이탈주민과의 인터뷰 117건의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들의 인터뷰로 확인된 피해자만 273명이었다. 그들 중 215명이 기독교인이었다.

A씨 얘기도 여기 수록됐다. A씨 얘기를 전한 응답자는 “A씨가 ‘자신은 하나님이 다른 계획이 있어서 북송될 수도 있겠다’고 했다”며 “‘33년밖에 못 살았지만 이제 천국에 간다’고 했다”고 밝혔다. 응답자는 A씨를 양강도 혜산 도보위부 구류장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A씨는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로 척추가 구부러진 채 쪼그려 앉아있었다고 한다. 그는 특정 날짜에 형을 선고받고 정치범 수용소로 이송됐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에 따르면 A씨처럼 중국 내 탈북 기독교인들의 북송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북한 당국이 피해자들에 대한 범죄 혐의로 적시한 내용 중 중국 내 종교 활동(110건)이 두 번째로 많았다. 중국 내 북한 구금시설도 10개나 됐다.

응답자들은 중국 공안 관계자와 중국에 나와 있는 북한 보위부 정보원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송된 이들의 서류에는 중국에서 기독교를 믿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중국 공안의 검은 도장이 찍혔다. 한 응답자는 보위부 조서에 자신이 중국에서 교회를 다녔다는 정보가 포함된 것을 보고 놀랐다고 진술했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는 이 외에도 종교적 물품 소지, 종교 관계자와 접촉, 예배 장소 방문, 포교 행위 등의 이유로 인권 침해를 당하는 이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임의적인 구금은 물론이고 고문 및 지속적 폭행, 성폭행, 처형 등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고문이 너무 심해 “운 좋으면 총살, 운 나쁘면 정치범수용소”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미래이니셔티브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권리는 양도 불가한 인간의 보편적 기본권으로서 북한 주민들도 그 기본권을 누릴 자격이 있다”며 “이러한 자유에 대한 침해는 북한 주민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자유롭고 존엄하며 평등하다는 보편적 원칙에도 큰 위협 요소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제 사회에 조사 결과를 전달하고 북한 내 종교의 자유 침해를 억제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적합한 조치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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