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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현의 성경 속 식물 ‘에셀나무’ - 아브라함 안식의 나무심다, “광야의 나그네에게 안식처 되라”
  • 기사등록 2020-10-17 22: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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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에서 ‘에셀나무’는 ‘최고의 안식’ ‘강인한 생명력’ 혹은 ‘영원한 생명’을 상징한다. 메마른 광야에 꿋꿋하게 서 있는 에셀나무는 황량한 세상에서 복음을 전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에셀나무는 그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상록수이다. 다른 식물이 모두 말라죽어도 에셀나무가 사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은 뿌리를 땅속 30m까지 뻗어 지하수를 흡수하는 능력에 있다.



구약 성서 창세기에 아브라함이 ‘쉼과 안식’을 상징하는 ‘에셀나무’를 심고 영원하신 여호와의 이름을 찬양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아브라함은 브엘세바에 에셀나무를 심고 거기서 영원하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으며.”(창 21:33)



브엘세바는 한여름엔 영상 42도까지 올라가고 한겨울 밤에는 영하 이하로 내려가는 변화무쌍한 땅이다. 아브라함은 왜 브엘세바에 에셀나무를 심었을까. 브엘세바는 네겝 사막의 중심 도시이다. 뿐만 아니라 브엘세바는 아브라함이 이삭을 희생제물로 바친 사건 이후에 한동안 머물렀던 곳(창 22:19) 야곱이 하란으로 떠나기 전에 머물렀던 곳(창 28:10) 야곱이 요셉을 만나러 애굽으로 내려갈 때 하나님께 희생 제사를 드렸던 곳(창 46:1)이다.



‘맹세의 우물’ 앞에 심은 나무



아브라함이 브엘세바에 에셀나무를 심었을 때는 가나안 땅에 정착한 후 많은 세월이 지났을 때였다. 당시 목축을 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물이었다. 아브라함은 우물 때문에 갈등을 겪다가 그랄 왕 아비멜렉과 ‘평화의 조약’을 맺었다. 아비멜렉에게 양과 소를 주고 브엘세바에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법적인 권리를 얻은 것이다. “아브라함이 양과 소를 가져다가 아비멜렉에게 주고 두 사람이 서로 언약을 세우니라.”(창 21:27)“두 사람이 거기서 서로 맹세하였으므로 그곳을 브엘세바라 이름하였더라.”(창 21:31) 히브리어로 브엘은 ‘우물’, 세바는 ‘일곱’이란 뜻으로 브엘세바는 ‘맹세의 우물’ ‘일곱 우물’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아브라함은 아비멜렉과 평화조약을 체결한 후 네겝 사막의 중앙에 있는 브엘세바에 에셀나무를 심고 영원하신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다. 아브라함이 생명력 강하고 장수하는 나무를 심은 것은 이 지역에 오래 머물면서 영원토록 은혜를 베푸시고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기념하고 아비멜렉과 맺은 언약이 오래가길 바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에셀나무는 100세의 아브라함이 다가오는 새로운 시간을 바라보며 심은 ‘언약의 나무’다. 100세가 된 아브라함의 마음을 생각해 본다. 그는 영원토록 변함없이 자신에게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었을 것이다. 또 그랄 왕 아비멜렉과 맺은 언약이 에셀나무의 뿌리처럼 단단하게 뿌리내리기를 원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브엘세바의 우물이 자신에게 속한 것임을 합법적으로 인식시켜 주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도 브엘세바에는 일곱 우물 중 다섯 우물은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브엘세바에 있는 우물에는 지금도 에셀나무들이 자라고 있어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아브라함은 광야를 지나가는 나그네들에게 안식처를 제공하는 데 가장 적합한 에셀나무를 심은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광야에서 만나는 에셀나무는 ‘최고의 안식’을 상징한다. 에셀나무는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부터 중앙아시아에 걸쳐 광범위하게 자라는 위성류과로 10종이 넘는다. 히브리명은 ‘에쉘’, 영어명은 ‘타마릭스’다. 나무의 깃털 같은 가지에 작은 잎이 비늘처럼 촘촘히 붙어있는 모습이다. 이 나무가 사해 연안, 요르단강 하류 유역과 네게브 사막 등과 같이 수분이 없고 소금기가 있는 건조한 땅에서 10m 넘는 큰 나무로 자랄 수 있는 것은 뿌리를 아주 깊게 내리기 때문이다. 특히 에셀나무의 가는 잎은 수분을 많이 흡수한다. 나무는 새벽에 내린 이슬이 서서히 증발하면서 사막의 열기를 10도 이상 떨어뜨린 그늘을 제공한다.



사울과 다윗의 ‘에셀나무’



성경에 에셀나무는 사울과 다윗과 관련해 두 번 더 등장한다. 사울 왕은 다윗을 잡기 위해 기브아 에셀나무 아래서 참모 회의를 했고 다윗은 길르앗 야베스 에셀나무 아래 매장된 사울의 유골을 찾아 정식으로 장사해준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다윗을 추적하던 사울이 기브아에서 에셀나무 아래서 휴식을 취했다.“사울이 다윗과 그와 함께 있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함을 들으니라 그때 사울이 기브아 높은 곳에서 손에 단창을 들고 에셀나무 아래에 앉았고 모든 신하들은 그의 곁에 섰더니.”(삼상 22:6)



예루살렘에서 북쪽으로 8㎞ 지점에 있는 기브아는 베냐민 지파에 속한 도시로 사울의 고향이었다. 당시 사울은 왕궁도 없이 고향 기브아에 에셀나무를 심고 그 밑에서 백성을 다스렸다. 성경은 사울이 전사한 후 야베스 땅의 에셀나무 아래 매장됐다고 기록한다. 사울에게 에셀나무는 다윗을 죽이기 위한 계획을 세운 곳이자 자신이 묻힌 곳이었다. 다윗은 에셀나무 아래 매장된 사울의 유골을 찾아 장사해 주며 몇 날을 슬퍼했다. “그의 뼈를 가져다가 야베스 에셀나무 아래에 장사하고 칠일 동안 금식하였더라.”(삼상 31:13)



에셀나무의 잎을 먹고 사는 곤충이 있는데 이 곤충은 해가 뜨면 바로 건조되는 액체 형태의 탄수화물을 만들어낸다. 일부 학자들은 이것을 ‘꿀 섞은 과자’라고 하는 ‘만나’로 추측하기도 한다.(출16:14,31) 그러나 에셀나무 수액이 만나일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정정숙 전도사(크리스챤뮤지엄 대표)는 저서 ‘성서식물’에서 이렇게 말한다. “에셀나무 중에서 만나 위성류 등에는 만나충이 기생한다. 이 곤충은 나무의 진액을 빨아먹은 후 배설물을 내는데 그 맛이 달고 모양도 깟씨나 솜사탕처럼 생겨서 만나의 모습과 비슷하다. 이 배설물은 아랍어로 ‘만’이며 만나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스라엘 백성이 그걸 먹은 게 아니라 오히려 만나와 비슷하게 생긴 그것을 후대 아랍인들이 ‘만’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보였다.”



또 박경선 장로(한국성경식물원 대표)도 저서 ‘꽃과 식물로 쓰는 출애굽기 이야기’에서 만나가 에셀나무의 진액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시내산에 도착한 일 년 후에 등록된 20세 이상의 남자 수는 60만3550명이었다고 한다. 여자와 어린아이까지 합하면 200만~300만명으로 추산되기도 한다. 그토록 많은 사람이 40년 동안 날마다 먹을 수 있었던 식물은 만나 위성류라고 하는 종류의 식물(에셀나무)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만나는 하나님께서 은혜로 내려주시는 하나님의 양식인 것이다. 이 만나는 신 광야에서 처음 내려주신 후 40년의 광야 생활이 끝나는 여리고 평지에서 유월절을 지낸 후 그 땅 소산을 먹은 다음 날 그쳤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지현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제라드 호에 1728년 作 동판화 ‘아브라함과 아비멜렉의 계약’. 아브라함은 이 계약 후 에셀나무를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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