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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세 가족’ 된 믿음의 절친, 공동체 주거 실현 - 서울중앙교회 친구들 보금자리, “교회 이루며 사는 것 같아”
  • 기사등록 2020-10-06 23:4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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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교회 절친인 세 가정이 교회 근처에 집을 짓고 공동체 주거를 실현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선 조상욱 전기쁨 예성렬 구익희씨. 가운데 아이들은 예씨의 아들 찬희(왼쪽)와 구씨의 아들 승민이. 오른쪽 사진은 이들이 서울 성북구에 지은 1717하우스 전경.

“집 한 채 지어서 1층은 내가, 2층은 네가 살면 되겠다.” 한 번쯤 친구와 농담 삼아 나눴을 법한 이 얘기가 현실이 된 곳이 있다. 서울 성북구 1717하우스는 서울중앙교회 ‘절친’들의 보금자리다. 교회 대학부·청년부를 거치며 알게 된 이들은 늘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공동체 주거를 실현했다. 3층엔 예성렬·전기쁨 부부와 이들의 자녀 찬희·다윤이가 살고, 2층엔 구익희·조상욱 부부와 아들 승민이가, 1층엔 박지선씨가 생활한다.



1717하우스는 성렬씨의 “우리 교회 근처에서 같이 한번 살아 볼까”라는 말에서 시작됐다. 결혼과 동시에 집값에 맞춰 부천에 신혼살림을 차렸던 익희씨네가 반색했다. 익희씨는 “종로구에 있는 교회까지 오가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었던 터라 성렬이의 제안에 솔깃했다”며 “예배 후 집에 가는 부담도 없고, 안정적인 주거를 고민하던 차에 힘을 모으면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갓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선씨도 동참했다. 2015년 여름이었다.



함께 살기로 결정했지만 집을 구하는 건 또 다른 일이었다. 이재준 건축가가 하는 임대 프로그램 ‘새동네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지만 원하는 집을 구하진 못했다. 이들이 집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시한 건 ‘교회 근처’였다. 새동네 프로젝트는 좋은 기회였지만 이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때부터 직접 발품을 팔았다. 성렬씨가 동네를 찾아오면 주말에 함께 현장 답사를 나갔다. 매주 만나긴 했지만 공동체 주거를 위한 모임을 따로 가질 정도로 꼼꼼히 준비했다. 세 가정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다 달랐기 때문에 서로 소통하며 맞춰 나갔다. 그렇게 모두의 마음이 모인 곳이 지금의 1717하우스였다. 집주소의 번지수로 집 이름을 지었다. 전통시장이 가까웠고 녹지 공간이 근처에 있었다. 비록 교회에 유모차를 끌고 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입주하기까진 이로부터 2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기존 거주자들의 계약 기간이 2년 가까이 남아 있단 걸 몰랐다. 성렬씨와 친구들은 계약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성렬씨는 “2년간 내야 할 대출이자도 늘고, 다른 가정의 이사 일정도 새로 조율해야 했지만, 누군가의 주거 안정을 침해하면서까지 급히 집을 짓는 게 옳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생각지 못한 기다림이었지만 이들에겐 오히려 준비의 시간이 됐다. 동네 사람들에게 떡을 돌리며 인사를 했고, 이웃 가정들을 모아 동네 모임을 가졌다. 찬희와 승민이가 태어났고 아이들 돌잔치를 동네 사람들과 함께 합동으로 했다.



2019년 4월 1717하우스가 완공되면서 비로소 한 지붕 세 가족이 됐다. 같이 살면서 불편하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맞춰가고 있다. 성렬씨는 “우린 집을 지었지만 이게 우리 가운데 기둥처럼 박혀 우리를 흩트리지 않고 서로 끌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1717하우스 공동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지선씨는 “공동체 생활을 통해 신앙적으로 잡아준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말했다. 1717하우스는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8월 중순 2단계로 격상되기 전까지 옥상 커뮤니티실을 동네에 개방했다. 아이들이 주일이면 와서 함께 예배를 드렸고, 주중엔 옥상에 튜브 풀장을 설치해 수영장으로 쓰기도 했다. 상욱씨는 “교회도 가지 못하는 힘든 시기지만, 이렇게 같이 모여서도 교회를 이룰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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