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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예비하신 ‘양탕국’, 복음공화국 꿈꾼다 - 산골‘커피 독립국’에서 복음 전하는 홍경일 목사
  • 기사등록 2020-08-28 23: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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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일 양탕국 대표가 27일 경남 하동 한옥 카페관에서 냉·온우림법으로 만든 양탕국 커피를 보여주며 한국적 커피문화와 문화적 복음 전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남 하동 읍내에서 북서쪽으로 10분가량 자동차로 산비탈을 오르면 중턱에 한옥 5채와 양옥 8채가 나온다. 삼면이 산이고 정면은 밭인 이 외딴곳에 매일 200명 넘는 타지인이 자가용을 끌고 오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입구에 들어서자 ‘커피문화 독립국, 양탕국’이라는 간판이 서 있다. 양탕(洋湯)국은 ‘서양의 탕국’이라는 뜻이다. 개화기 때 커피를 뜻하는 말로 역사학자들은 인천 대불호텔에서 처음 커피를 팔았을 것으로 추정한다. 고종 황제는 아관파천 때 러시아 공사관에서 커피를 처음 접한 뒤 덕수궁으로 돌아오면서 즐겨 마셨다.



홍경일(55) 목사가 가파른 공드림재를 깎아 만든 7408㎡(약 2244평)의 유원지와 1만4545㎡(약 4400평)의 생태농업공간을 ‘커피 독립국’으로 명명한 이유가 있다. 모세가 떨기나무에서 하나님을 봤듯 확실한 부르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홍 목사는 “2000년대 초반 부산에서 인스턴트커피를 판매하며 장사가 아주 잘되고 있는데, 어느 날 하나님께서 그만두라는 강력한 사인을 주셨다”면서 “이후 기도하는데 심령에 쿵 하고 ‘양탕국’이라는 세 글자를 주셨다”고 회고했다.



아무리 사전을 뒤지고 인터넷을 찾아도 양탕국의 뜻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커피 관련 책을 보는데 ‘양탕국은 우리나라 최초의 커피 명명이었다’는 작은 글씨가 눈에 확 들어왔다.



“마치 벼락을 맞은 것 같았습니다. 조선시대 말, 서양의 문화는 크게 선교사, 민간무역, 외교를 통해서 들어왔습니다. 커피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민간무역을 통해 들어왔죠. 한민족은 원래 탕국을 끓여 먹는 민족이잖아요. 커피가 서양에서 들어왔다고 해서 양탕국이 된 것입니다. 양말, 양복, 양파, 양배추, 양초처럼 서양식 물건과 우리식 물건을 구별하기 위해 ‘양’자를 붙인 거죠.”



2005년 5월 지인의 소개로 잡목이 무성한 공드림재에 도착했다. “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곳이 여기다.” 외지에 살던 39세 남성이 지리산 산골에 들어온다고 하니 아랫마을에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임야를 문화관광농원으로 형질 변경하는 작업은 간단하지 않았다. 전기와 상하수도를 끌어오고 주차장과 안전시설을 설치했다. 4년간 기도 끝에 2009년 자그마한 집을 세우고 커피문화교육관도 건립했다. 2013년 4월 독립 공화국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181㎡(약 55평)의 한옥 카페관을 준공했다.



양탕국 커피를 담아 주는 사발.

이곳에선 막사발에 막걸리 주듯 커피를 담아 준다. 홍 목사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타인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무의식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정신마저 매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비록 커피가 서양에서 들어왔지만 우리만의 커피문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양탕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양탕국은 커피를 내릴 때도 에스프레소 머신이 아닌 한국적 방법을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양탕국은 커피를 볶은 뒤 빻아서 물을 넣고 간장 우리듯 우려내는 온·냉우림법, 한약 달이듯 커피를 달이는 달임법을 사용한다. 또 핸드드립과 비슷한 침투법,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교차해서 커피에 뿌리는 감응법, 통에 절이듯 분쇄한 커피 가루를 첨가물과 함께 절이는 절임법도 활용한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식 코스요리가 있듯 1만5000원짜리 ‘양탕국 코스’가 있다는 것이다. 사발에 양탕국이 나온 뒤 수제 마카롱, 커피 와인과 큐브 치즈가 순차적으로 나온다. 커피 와인은 커피 가루에 설탕과 누룩, 과일을 섞어 발효시킨 것으로 커피향과 조화가 남다르다. 마지막엔 양탕국 룻이라는 코스로 바닐라 아이스크림, 커피 진액과 생초콜릿이 나온다.




붉은색 십자가가 서 있는 다메섹도상공원.

‘커피문화 독립국, 양탕국’의 업종은 농어촌 관광휴양지업, 한옥체험업이다. 매일 이곳을 찾는 커피 애호가는 평균 200명이며, 일일 매출은 300만원가량 된다. 산 중턱에는 붉은색 십자가가 서있는 다메섹도상공원과 함께 음악당, 한옥 게스트하우스, 로스팅 교육관, 도자기 체험공방 등이 자리잡고 있다.



홍 목사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불문 하고 아우를 수 있는 커피문화는 그 위력이 거의 핵폭탄급”이라면서 “양탕국에 지금까지 50억원을 투입했는데, 이곳이 가진 문화재급 가치는 수천억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양탕국의 가치를 먼저 알아본 곳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다. 2014~2015년 대한민국 우수 관광농원에 선정됐고, 2015년 하동군 평생교육지원사업에 포함됐다. 2015~2018년 서울 덕수궁에서 열린 궁중문화축전에 양탕국 커피 부스가 생겼다. 서울 한옥마을에도 양탕국 체험코너가 있다.



공드림재를 깎아 만든 양탕국 전경.

양탕국은 주일은 쉬며, 커피문화교육관에서 예배드린다. 카페에는 곳곳에 성경 구절이 적혀 있고 찬양이 흘러나온다. 홍 목사는 “영원한 천국 보화를 지켜야지 물질에 타협하다 보면 결국 정체성까지 잃게 된다”면서 “이곳 양탕국은 전국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특별한 선교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하루 3~4팀에 복음을 전하는데, 전국 700개의 ‘양탕국 익스프레스’를 세워 상한 심령을 위로하고 그들이 다시 회복하고 용기를 얻도록 복음을 전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홍 목사는 미국 일본 중국에서 양탕국으로 특허를 받아놨다. 지리산 자락에서 세계로 뻗어나가겠다는 ‘복음 공화국’의 꿈이 있다.[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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