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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 대한 사회적 반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독교인들이 주변의 오해와 편견에 고충을 겪고 있다. 비기독교인들은 신천지뿐 아니라 최근 정통교회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신천지와 교회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혜숙 집사는 지난달 29일 경상남도 통영에서 김해로 가기 위해 시외버스 터미널을 방문했다. 버스 앞 좌석에 앉아 출발 시각을 기다리던 중, 건너편에 앉아 있던 승객이 오씨를 향해 “당신 신천지 아니냐!”며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오씨 손에 들린 성경책 때문이었다.



옆자리의 승객은 “당신이 버스 타서 내가 감염되면 책임 질거냐”며 윽박질렀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젊은 여성까지 “맞아요!”라고 맞장구를 쳤다.



당황한 오씨는 “내가 신천지 신도라면 뭐하러 성경을 들고 다니면서 신천지 티를 내겠냐”라며 만류했지만 승객들은 되레 더 큰소리를 쳤다. 옥신각신 언쟁을 벌이던 중 출발 시각에 맞춰 버스에 올라탄 운전기사의 중재로 상황은 겨우 진정됐다.



오 씨는 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교단에 속해 있는 교회에 출석 중인 성도였다. 그는 국민일보에 “차 안에서 성경책을 읽으려고 손에 들고 탔다. 성경책을 가지고 다닌다는 이유로 신천지로 오해를 받아 황당했다”면서 “그리스도인이라고 밝히는 것도 전도하는 것도 지혜가 필요한 시기인 것 같다. 이런 일을 겪었다고 해서 위축되진 않는다.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깊은 두려움과 절망을 위해 기도하겠다. 언론도 한국교회가 ‘코로나19’로 고통당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하는 선한 일들을 많이 알려달라”고 말했다.



서울시 송파구에 거주하는 박지예씨도 최근 직장동료들에게 신천지 신도라는 오해를 받았다. 휴대전화 속 프로필 사진이 논란이 됐다. 그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교단에 소속된 서울 강남에 있는 대형교회의 청년부에 출석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해 교회 청년부 지체들과 인도로 단기선교를 다녀왔다. 그곳에서 그는 엄지와 검지로 V(브이)를 만든 후 사진을 찍었다. 영문 이니셜 LOVE(러브)의 L(엘)을 뜻하는 의미였다. 휴대전화 속 사진을 본 한 직장동료는 “신천지 신도들이 엄지와 검지로 V(브이)를 한다며 박씨가 신천지인 것 같다”며 직장 내 소문을 퍼트렸다.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뒤늦게 사실을 알게 된 박씨는 “너무 황당하고 화가 나서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눈앞이 캄캄했다”고 고백했다. 이어 “오해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찾아가 신천지가 아니라고 해명하는데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면서 “성도 등록증이라도 발급받아서 들고 다녀야 할것 같다”며 하소연했다.



식당을 운영 중인 김은미씨도 “식당 벽면에 걸린 성경 말씀이 적힌 액자를 본 손님들로부터 ‘신천지 아니냐’ ‘교회에 갔다 왔느냐’ ‘소금물 뿌리고 온 건 아니냐’는 비난 섞인 질문을 받는다. 사람 사이에 신뢰가 깨지고 정통교회와 성도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감이 드러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교회가 이럴 때일수록 앞장서서 방역 당국에 협조하면서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어려움에 빠진 이들을 도와야 한다. 비기독교인들이 교회를 오해하거나 성도들에 반감을 갖게 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 게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반면 비기독교인들은 “신천지와 교회가 무슨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종교집회를 자제해달라는 요구에도 최근 정통교회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앞다퉈 예배를 중지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고, 지방자치단체도 이례적으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서울 성북구 21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7일 서울시와 성북구청에 사랑제일교회의 예배집회를 금지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랑제일교회는 전광훈 목사가 담임목사로 시무 중이다. 성도들은 광화문광장 집회가 금지되고 전 목사가 구속된 뒤에도 교회에서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서울 구로구청 홈페이지에는 '연세중앙교회 예배 강행에 대한 금지 조치 요청’하는 민원이 접수됐다. 출석 교인만 1만5000명인 연세중앙교회는 온라인예배와 함께 오프라인 예배를 함께 진행 중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주 동안이라도 기독교 예배를 강제라도 금지해달라’는 제목의 청원의 글도 올라왔다.




청원인은 “이젠 누가 신천지이고, 누가 개신교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종교의 자유도 국가의 보호 아래 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나가고 싶다. 파란 하늘도 보고 싶고 아이들과 공원도 나가고 싶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예쁜 신발도 신겨주고 싶다”면서 “종교의 집회 역시 나라의 권력으로 2주 동안이라도 중지하여 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온 국민이 자발적으로 힘을 모으고 있는 와중에 일부 교회들이 여전히 예배를 강행하면서 집단감염을 자초하고 이웃에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길거리에서 전도를 빙자한 소음공해에 시달리지 않을 자유, 쉬는 날 무단으로 초인종을 누르는 교인들로부터 사생활을 방해받지 않을 자유, 전염병과 같은 국가 비상사태시 행동수칙을 지키지 않는 교인들로부터 피해를 보지 않을 자유”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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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20 10: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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