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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기본소득 도입 논란 확산, 취약계층 신속·직접 지원은 장점
"1조 나눠주면 GDP 1600억 증가" 재정으로 쓸 때보다 경제효과 작아
800조원 넘은 나랏빚 더 치솟고, 고소득층 중과세, 거센 저항 우려

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 노량진동 일대의 대형학원들이 휴원을 이어간 여파로 15일 학원가 주변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재난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직접 돈을 쥐여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지난달 29일 첫 제안을 한 뒤 김경수·이재명·박원순 등 정치인·지방자치단체장이 한 마디씩 보탰다.



정부는 일단 재난 기본소득 도입 여부에 선을 그었지만 기류는 다소 변하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정부는 전례 없는 대책을 세우라”고 주문하면서다. 당초 “크게 동의하기 어렵다”던 홍 부총리는 14일 긴급 현안점검회의를 통해 “기존 정책에 추가해 피해지원 강화를 위한 창의적인 방안을 강구할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재난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여당 내 도입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효과와 재원 마련 방안은 뚜렷하지 않다.



기본소득은 남녀노소 연령에 상관없이 모든 시민에게 주기적으로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급해 안정적 생활을 보장하자는 정책이다. 이번에 처음 나온 개념은 아니다. 일본은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인 2009년에 경기 불황을 극복하겠다며 국민 1인당 1만2000엔(13만7000원)씩, 18세 이하 65세 이상은 1인당 2만엔씩 지급한 바 있다. 도시국가이긴 하지만 홍콩·마카오도 영주권자에게 현금 또는 바우처를 주기로 결정했다.



장점은 취약계층에게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원 대상자 선별 작업 없이 모든 국민에게 보조금을 일괄 지급하기 때문이다. 가령 자동차 소비를 늘리기 위한 차량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차를 살 사람에게만 혜택을 준다. ‘착한 임대인 제도’ 역시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를 만나지 못한 자영업자나 저소득 월세 생활자 등에게는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재난기본소득은 조만간 한계상황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취약계층에게 확실하게 지원이 가능하고, 지원 사각지대 없이 폭넓은 계층에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피해를 본 사람에게는 직접 보상이라는 의미가 있고, 다른 계층에 대해서는 경기 부양의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는 재난기본소득은 각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요구를 반영할 경우 25조~51조원의 나랏돈(재정)이 필요한 대규모 사업이다. 이재웅 대표는 1인당 50만원을 거론했지만,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이를 100만원으로 올렸다. 그래서 여당을 중심으로 기존 ‘코로나 추경’ 규모를 크게 늘리거나, 2차 추경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런데 도입 주장자 중에 왜 이 정도를 지급해야 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이유를 댄 경우는 없다. 취약계층이 월세를 내고 마스크·생필품 등을 구하려면 그 정도 돈이 들 것이란 어림짐작으로 정해진 숫자다. 갑작스레 언급된 제도이다 보니 적정한 지급 규모에서부터 정책 효과, 재원 마련 방안 등 정책화할 수 있는 근거는 부족한 상태다.



소득 보전 외의 경제적 효과도 논란이다. 기획재정부 등은 재난기본소득 등 일시적 정부 이전지출의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재정승수(GDP 증가분/정부 지출 증가분)를 0.16 정도로 추산한다. 나랏돈 1조원을 국민 손에 쥐여주면 1600억원 정도의 GDP 증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이 효과는 같은 돈을 정부가 직접 소비하거나(정부소비) 기업에 줬을 때(기업이전)보다도 낮게 나타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 성향이 높지 않은 일반 사람들은 저축할 가능성이 크고, 향후 추가 세금 납부를 예상해 지출을 줄일 수 있다”며 “투입되는 재정에 비해 효과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취약층에만 재난수당 주는 게 더 효과적”



기본소득 재원 마련 등 뒷감당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논의가 부족하다. 현재 정부가 계획한 11조7000억원 규모 추경을 위해 나랏빚을 내면 나랏빚은 815조5000억원으로 800조원을 돌파한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도 41.2% 수준으로 오른다. 여기에 재난기본소득을 위해 추가로 재원을 마련하면 국가채무비율은 45%를 훌쩍 넘어설 수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등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계도 있다. 수천만~수억원대 대출 만기를 걱정하는 사업자에게는 100만원의 기본소득보다 저금리 대출 지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김경수 지사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고소득층, 30대 대기업 사내유보금에서 이를 마련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거센 조세 저항이 예상되고, 강압적이라는 점에서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크다.



현재 여건에선 무차별적 지원보다는 취약지대인 소상공인,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지원을 집중하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난기본소득 지급으로 경기부양이나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목표를 경기 악화를 막는 것으로 잡고, 취약계층에 집중한 소득 보전에 나서는 게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과 교수는 “재난기본소득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기본소득 지급은 학계 연구가 워낙 부족해 당장 정책화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지출1조증가에대한국내총샌산증가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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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3-16 11: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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