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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일자리, 숫자는 늘었지만 '일자리 질'에는 물음표 - 단기 일자리로 삶의 질·경제활성화 미흡
  • 기사등록 2019-09-29 06:3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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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구직자들이 채용정보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노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공경의식을 높이기 위해 기념일로 제정, 매년 10월은 경로의 달이기도 하다.



'노인의 날'을 맞아 노년층의 삶의 질 향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지금, '노인일자리 부족'은 시급히 해결해야 할 해묵은 과제로 꼽힌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노인일자리 사업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질적인 문제해결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등 일자리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에 사는 이모(77) 할머니는 지난해 동네 공원 일대의 쓰레기를 줍는 공익활동 업무를 하다가 올해는 그마저도 못하게 됐다.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내년에 다시 노인일자리 사업에 지원하려 하지만, 이미 수요자가 많아 걱정이 태산이다.



노인들에게 일자리 구하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그나마 공공 일자리가 있다한들 받는 돈이 한 달 평균 35만 원에 불과해 경제적 자립을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일자리 성격도 풀 뽑기나 재활용품 정리 같은 단순노동이 대부분이다. 노인일자리가 변변치 않다 보니, 70대 이상 소득 하위 20% 가운데 절반가량이 일해서 번 돈보다 기초연금 같은 공공 이전소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인일자리는 크게 주 17시간 일하고 월 30만 원 정도를 받는 '공익형 일자리'와 주 34시간 노동에 월 54~60만 원을 받는 '사회서비스형 일자리', 그리고 '시장형 일자리'로 나뉜다.



노인일자리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부가 해마다 노인일자리 수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현장의 수요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란 것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노인들은 급증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그만큼 증가하고 있지 않다. 이는 민간 분야의 일자리가 한정돼 있는 영향이 크다.



8월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 3년간(2016~2018년) 민간분야의 노인일자리는 2016년 9만 9,000개(전체 일자리 23%)에서 9만 2,000개(18.5%), 8만 7,000개(16%)로 줄곧 감소했다. 같은 기간 공공형 노인일자리가 급속히 증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공공분야 노인일자리는 2016년 33만 1,000개에서 이듬해 40만 5,000개, 지난해 45만 7,000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정부의 공공형 일자리를 걷어내면 고용상황이 개선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



보건복지부는 "노인일자리의 70%는 월 30시간의 공익활동이 차지할 것"이라며 "민간기업과 연계한 일자리는 17%에 불과하고, 그나마 괜찮은 일자리는 7%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질적인 측면에서 노인일자리는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의 보고서 결과를 보면 2018년 기준 6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안정적인 임금근로자가 53%에 불과했다. 전체 고령자 4명 중 1명(25.2%)은 시간제 일자리였다. 설령 임금근로자라해도 대다수가 직위·직책이 없는 비정규직이었고, 임금근로자의 사업장 규모도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이 76.4%를 차지했다.



55년 생 화이트컬러 은퇴자는 "채용 일자리가 대부분 단순노무직에 치우쳐 있다"면서 "재취업할 수있는 직종이 매우 한정적이며 임시직이나 일용직 같은 질 낮은 일자리에 집중돼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인일자리 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0만 개 더 늘린 74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노인일자리 개수만 늘리는 데 급급한 공공형 일자리가 아닌 민간 분야에서 다양한 직종에 취업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간 분야의 노인일자리 기회를 확대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세대 성태윤 경제학과 교수는 "취업 증가분이 주로 노인 공공일자리에 몰려 있다"면서 "노인일자리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로 이어지지 못하고 반복적인 수혈만 계속되고 있다. 결국 경제활성화를 이끄는 일자리는 단기일자리가 아닌 안정적인 정규직이 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고령 근로자를 고용할 때 사업주의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통해 시장형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고령 근로자가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 수 있는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전했다. (데.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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