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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재판국의 솜방망이 처분에 교회 내 성범죄가 끊이질 않는다는 지적이다. ⓒ데일리굿뉴스

교회 내 성범죄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부인하고 싶지만 교회 안 성폭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 문제는 가해와 폭력 등이 종교적 신념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든지 은폐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본지는 두 차례에 걸쳐 교계 성폭력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성범죄 사건을 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사법기관에서 밝혀진 사실을 오히려 교회 재판 과정에서 방조하고 은폐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솜방망이 처분'에 지적이 이는 지금, 교회의 사법부 구실을 하는 '교회재판'의 실상을 들여다봤다.



사건의 실체 파악보다 은폐 급급



지난해 8월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서울동노회 소속 박승렬 목사는 강간미수와 무고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그러나 후속조치를 두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복역중인 박 목사에게 노회가 정직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법원이 박 목사의 혐의를 인정하고 실형을 선고했음에도 목사 직분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기장 연대는 이 사실을 규탄하며 "가해자는 쉽게 교회공동체로 복귀할 수 있고 피해자는 2차·3차 가해로 이어져 다시는 교회공동체에 들어올 수 없게 한 처사다. 피해자의 무너진 자리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재판이었으며 교회의 생명과 평화, 정의의 가치를 훼손시킨 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징계 배경에는 비상식적인 재판국 구성이 있었다. 재판국원 일곱 명 가운데 재판국장을 포함한 세 명이 사회법 과정에서 가해자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에 서명한 이들이었다. 노회 재판국장은 "재판국장으로 임명되기 전 서명한 탄원서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런 경우는 비단 박 목사 사례만이 아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센터장 김애희)가 지난해 성범죄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성범죄 31건 가운데 교단이 가해자의 목사직을 면직한 경우는 5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자진 사임하거나 목회를 중단하는 식으로 목회자 신분을 이어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목회자가 교단 내 요직에 오른 일도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전준구 목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서울남연회 감독에 취임한 전 목사가 사임의사를 밝힌 건 올 1월 경 이다. 일각에서는 그가 감독으로 선출되지 않았다면 전 목사의 성범죄 논란이 다시 대두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전 목사의 성범죄 의혹이 불거진 건 지난 2007년부터다. 당시 성폭력 피해자라 밝힌 이들이 5명이나 되는데도 교회재판은 열리지 않았다. 교단 내 심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재판에 회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자 3명에 대한 추행은 고소시한(3년)이 지났고 나머지 경우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해 10월 전 목사가 연회 감독으로 취임되고 나서야 문제가 됐다.



신기식 목사(기감 바른선거협의회 자료연구팀장)는 "목사들의 성범죄는 대수롭지 않게 취급됐다. 전 목사의 경우도 10차례 이상의 심사, 재판절차가 있었지만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기보다는 사건을 방조하고 은폐하려고 했다"면서 "마지못해 교회재판에서 처벌이 뒤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정치적으로 과도한 판결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처벌기준 요구돼



현재 법원과 검찰은 성범죄를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법정형도 대폭 상향됐고, 처단형도 매우 강화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교계도 성폭력 근절을 위한 강력한 교회법을 갖춰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가해자 처벌 기준의 강화를 가장 시급히 주문했다.



외국 교회의 경우 성폭력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교회법을 갖추고 있는 상태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김애희 센터장은 "미국 장로교, 독일개신교회 등은 교회 관련 인사가 성적 비행에 연루돼 피해를 끼쳤을 경우, 교회가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고 있다"면서 "목회자와 성도 간을 위계관계성이 있는 특수한 구조라고 규정하고 성적 관계 자체를 일체 금한다. 한국교회도 이를 토대로 성범죄 목사 치리에 엄격한 징계수준을 둬야 한다"고 밝혔다.



강문대 변호사(법률사무소 로그)도 "각 교단헌법 중 강제로 행하는 성범죄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헌법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며 "직접적인 처벌 대상으로 성범죄를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는 의미다. 성범죄를 일회적인 실수나 단순 영적인 문제로 보지 않고 형사법 상의 범죄에 해당하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성범죄자는 강단에 설 자격이 없다는 점을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천명할 필요가 있다"며 "성범죄를 행한 목회자에 대해서는 면직과 출교를 시키는 것을 원칙적인 대응 방안으로 정해야 한다. 다른 교단에서 다시 목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처벌 사실을 공개할 필요도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교회성폭력만을 전담하는 '특별위원회 구성'과 '성폭력특별법 제정'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홍보연 원장(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교회 내 성폭력과 관련한 사항을 모두 관할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인지하기도 쉽지 않은데다 성폭력 피해를 인지하고 드러냈을 때 공동체 구성원들에 의해 2차 피해를 입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고 접수와 고소를 대행하는 것부터 피해자들을 상담센터와 연계하는 후속지원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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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3-30 06:3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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