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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한국사회, '공감'의 힘이 필요하다 - 정신과 의사 '30년‘ 정혜신 박사의 심리적 심폐소생술
  • 기사등록 2019-01-23 06: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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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정신과 의사·<당신이 옳다>(해냄)저자

대한민국 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공감과 소통이다. 사회적으로 논쟁거리가 있을 때마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등 마치 유행어가 돼 버렸다. 날로 팍팍해지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공감과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 걸까?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은 우울증이고, 자살률은 몇 년째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현대사회의 현주소다.



이런 가운데 30여 년 간 정신과 의사로 활동한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책 <당신이 옳다>에서 공감과 소통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통찰력 있게 이야기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 팁(tip)을 제안하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진정한 공감, ‘존재의 과녁’에 도달해야



“누가 이야기할 때 중간에 끊지 않고 긍정해 주는 것, 잘 들어주는 것이 ‘공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니다. 그건 공감이 아니라 ‘감정 노동’이다.”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책 <당신은 옳다>에서 공감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꼬집었다. “나라도 참아줘야지 하며 눈 질끈 감고 버티는 일엔 한계가 있다"며 "이런 것은 공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공감이란 무엇일까.



저자 정혜신 박사는 공감이란 “사람의 내면을 한 조각, 한조각 보다가 점차로 그 마음의 전체 모습이 보이면서 도달하는 깊은 이해의 단계”라며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하는 힘 중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힘”이라고 정의했다. 일종의 ‘치유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살리는 공감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성품보다는 학습이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의견이다.



저자는 배움의 첫 단계로 ‘공감의 과녁’을 강조했다. 대화에는 과녁이 분명히 존재하며 이 과녁에 맞추어 정확하게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그는 책에서 역사에 관심 많은 한 변호사의 이야기를 예시로 소개했다.



해당 변호사는 모임에서 다른 사람은 관심 없는 역사이야기를 꺼내 장황하게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 응하는 정 박사의 질문은 역사에 관심이 많은 ‘변호사’, 즉 ‘그’에게로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테면 “나는 역사에 별로 관심이 없지만 역사에 각별한 관심이 있는 당신이 궁금합니다. 역사의 어떤 점이 그렇게 끌리나요?” 등이 변호사를 향한 정 박사의 질문이다. 이같이 상대의 ‘존재 자체’에 관심을 돌리는 공감적 대화는 서로 간 자기 내면의 여러 마음들을 꺼낼 수 있도록 이끈다는 것이다.



공감하는 일에는 전제가 따랐다. 상대방을 공감해주는 자기 자신이 먼저 공감 받아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누군가의 고통에 함께하려는 사람은 동시에 자신에게도 무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 보호를 잘하는 사람이야말로 누군가를 도울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회복지사, 시민운동가 같이 사회적으로 공감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공감 강박’ 때문에 탈진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사회적 약자나 피해자들을 돕다 무례한 대접을 받을 때, 동의 할 수 없는 요구에도 그냥 참고 인내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피해자를 미워하는 일명 '나쁜 사람'이라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싶지 않아서다.



하지만 저자는 “공감자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누군가 알아줘야 나중에 피해자에 대한 홀가분한 공감이 가능하다”며 “자기 보호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가 힘들어 보인다고 개입하는 것은 수영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물에 빠진 사람을 보고 다급한 마음에 무작정 뛰어 드는 것과 같다. 둘 다 불행해진다”고 조언했다.



,국내 우울증 진료 환자는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58만8천명에서 68만1천명으로 15.8% 증가했다.

‘충조평판’ 대신 해야 할 공감언어, “너는 옳다”



저자는 책에서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상대방에게 전하는 이야기들은 ‘충조평판(충고·조언·평가·판단)’에 그치는 우리의 공감 능력을 꼬집기도 했다. 충조평판의 다른 말은 ‘바른말’이다. 저자는 “바른말은 의외로 폭력적이라며 욕설에 찔려 넘어진 사람보다 바른말에 찔려 쓰러진 사람을 과장해서 한 만 배쯤은 더 많이 봤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별 것 아니다. 괜찮다. 가능하면 그녕 버텨라”, “긍정적으로 마음을 먹어봐” 등 공감한답시고 무심코 내뱉는 표현들이다. 우리가 혹시 누군가에게 ‘충조평판’을 늘어놓고 있지는 않은지, 바른 말을 한답시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성찰하게 한다.



한편 정혜신 박사의 <당신이 옳다>는 지난 해 11월에 출간된 이후 현재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영향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를 통해 “싱가포르, 파푸아뉴기니 순방 중에 전용기 안에서 이 책을 읽었다”며 “공감과 소통이 정치의 기본이라고 늘 생각해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공감이 얼마나 얕고 관념적이었는지 새삼 느꼈다. 가족들과의 공감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독후감을 남겼다. 영향을 받은 대통령 지지층들은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어떻게 다른 사람을 공감하고 소통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실용서와 같다는 점에서 이 책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지키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저자는 “절박하고 힘이 부치는 순간에 사람에게 필요한건 ‘네가 그랬다면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너는 옳다’는 이야기”라며 “이 책을 읽고 ‘충조평판’만 안 할 수 있어도 공감의 절반은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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