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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눈으로 성경 읽어보니…"이런 내용이?" - '여성의 눈'으로 읽는 성경 모임…다양한 연령층 참여
  • 기사등록 2018-07-20 06: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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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서울 중구 서울YWCA회관에서 '여성의 눈으로 성서 읽기' 강의가 마련된다.ⓒ데일리굿뉴스

강의실에 모인 25명 내외의 사람들은 연령대가 다양했다. 20대 여자 청년부터 중장년층 여성들, 그리고 몇몇의 남성들까지. 이들은 분명 성경에 기록됐지만 그 동안 설교에서, 교회 안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았던 성경 속 여성들의 삶을 재구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랍비돗이 아니었다면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재능을 제대로 발휘하고 살지 못했을 거에요. 온갖 놀림 속에서도 랍비돗은 육아를 온전히 감당하며 제가 상수리나무 아래서 공적인 재판 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죠.”



구약성경 사사기에 나오는 드보라가 어떤 생각을 가졌을 지 백소영 교수가 상상해서 쓴 글의 일부다. 드보라는 성경에서 최초의 여성 사사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백소영 교수는 “성경 속 인물들에 대해서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행간을 상상해보는 방식으로 성경을 읽는 방식"이라며 "히브리어로 공부하다, 탐구하다라는 의미인 미드라쉬를 따서 ‘페미니스트 미드라쉬’라고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드라쉬는 창세기부터 민수기까지의 모세 5경에 대한 랍비들의 해석을 모은 주석서를 의미하기도 한다.



유대교의 역사를 약 2천 년, 마찬가지로 개신교의 역사를 2천여 년으로 본다면 그 동안 성경은 약 4천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져 왔다. 백소영 교수는 “성경을 읽은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성경을 해석한 사람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면서 “때문에 해석의 여지에 있어서 주로 남성들의 시각이 반영됐고, 이것이 축적되면서 성경 해석의 전통이 만들어졌다”고 말하며 강의 서두를 꺼냈다.



그러면서 “전근대를 지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문명사적으로 여성들도 언어와 지식을 배우기 시작했고, 여성의 눈으로 성경을 해석해보려는 시도들이 나타났으며 이 페미니스트 미드라쉬 역시 그 일환”이라고 소개했다. 백소영 교수는 기존의 남성들의 해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은 아니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날 강의에서 백소영 교수가 강의한 시간은 30여 분에 불과했다. 사사기가 기록된 시대적 상황과 왕이 아닌 사사가 존재했던 이유, 그리고 사사 드보라와 야엘이 등장하는 사사기 4장 본문을 함께 읽었을 뿐이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드보라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인물에 대해 생각을 깊이 해본 적은 없었다고 털어놨다. 야엘이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들어본 경우가 거의 없었다고.



모태신앙이라고 밝힌 한 여성 참가자는 “교회를 60년 이상 다녔는데 설교에서 한 번도 야엘에 대해 들어본 적 없었다”며 신기해했다. 야엘은 사사 드보라 시기에 이스라엘 군대에 쫓기던 적군의 장군을 죽인 여인이다.



나란히 참석한 장년층 부부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백주년기념교회에 출석하고 있다는 60대 황현숙 씨는 "보통 교회에서는 드보라에 대해서 별로 다루지 않아 잘 모르고 있었다"면서 "여성우월주의와 같은 페미니즘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방식은 성경을 보는 다른 시각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고 소감을 전했다.



백소영 교수는 여성의 시각으로 성경을 읽는 것에 대해 청년들 뿐 아니라 장년들도 반가워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백 교수는 "근래 들어서는 보수 교단에 속한 교회들에서도 페미니즘 관련 세미나 등 토론이 이루어지고 있다"면서 "기독교냐, 페미니즘이냐의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겪고 있던 갈등이 해소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매달 셋째 주에 진행된 5번의 모임은 매번 강의실이 만석일 만큼 호응이 좋았다는 후문이다. 여성의 시각으로 성경을 읽는 것에서 더 나아가 차별 없는 교회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목표다. 강의는 내년 3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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