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기자
강의구 목사의 사진이야기
전문 사진 기술을 습득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된 장비를 갖추고 촬영을 위한 특별 여행을 다닌 적도 없다. 다만 성경과 함께 늘 그의 곁에 소형 자동카메라가 따라다녔다. 강 목사의 사진은 작품이라기 보다는 목회다. 그것은 작품 그 이상이며, 자식처럼 사랑스럽고, 바라보기만 해도 배부른 흐뭇함과 만족을 주는 그 무엇이다.
활짝 핀 꽃들을 보면 황홀한 색깔과 그 어느 것 하나 똑같은 모양 없이 제각각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통해 그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다. 솜털처럼 피어오르는 흰 구름을 보면 가슴이 설레이는 것은 하나님의 창조세계에 감동하기 때문이다. 산이며, 바다며, 들녁이며 모두가 거짓 없이 진실하게 창조자의 섭리에 따라 자신의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그 스스로 겸허해진다. 그 세계를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이 말할 수 없는 기쁨이 되었다.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에 따라, 사역을 시작한지 벌써 35년이 됩니다. 이번에 발간된 사진집은 저의 신앙 고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결코 짧지 않은 목회 생활 동안 하나님과 동행하는 가운데 기회가 생기는대로 놓치기 아까운 장면들을 카메라에 담아왔습니다.”
목회를 하다 보니 여기 저기 돌아다닐 일이 많이 생기게 된다는 강 목사는 과거 신망애 학교 학생들과 수학여행 갔을 때, 낙도 선교를 위해 섬마을에 가거나 장례식 때문에 멀리 출타할 일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카메라를 준비했다고 한다. 차를 타고 지나가다가도 차창 밖 놓칠수 없는 자연 광경을 보면 카메라 셔터는 여지없이 돌아간다. 유리창에 반사되는 것까지 버스 밖 풍경은 있는 그대로 담겨진다. 강 목사의 이러한 열정 때문에 간혹 버스 기사들이 난감할 때가 있는게 흠이다.
2004년 경 지방 교역자들과 선교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메소포타미아 들녁을 지나가다가 눈에 들어온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강 목사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버스 운전 기사를 향한 반 강제 협박과 사정으로 2차선 좁은 길에 차를 세우게 했다. 독뱀이 많이 나온다는 소리에도 게의하지 않았고, 질퍽거리는 흙이 신발에 묻고 옷이 더렵혀 진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에 매료돼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댄 적이 있다. 그때 카메라에 담은 것이 이번 사진집의 표지가 되었다.
그의 유별난 사진 사랑은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고1때 이미 자신의 카메라를 소유했던 그는 사진 현상소에서 우연찮게 들은 칭찬 한마디가 오늘에 이르게 했다.
카메라를 잡은지 50여년이 다 돼가지만 전문가용 사진기를 사용한적이 없는 그는 그 흔한 디지털 카메라도 최근에야 겨우 만져본 정도다. 그는 자신의 사진 실력면에서 크게 자신하지 않는다. 처음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심상히 지나치기 쉬운 자연의 놀라운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깊이 자리한 하나님의 신비로운 사랑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게 된 것이 세월이 준 선물이라고 여긴다.
낙도선교를 처음 시작하던 1982년 완도군 청산도에서 촬영한 ‘새 역사의 아침’은(위 첫째사진) 낙도선교에 초점을 두었던 그의 목회 여정의 한 일면을 보게 한다. ‘꽃들의 미소에 손짓하는 은빛 물결(용인 호암연못, 사진집 29쪽, 위 두번째사진)’ 그 제목조차 절묘하다. 1973년 청주가는 길에서 찍은 ‘달구지 타고(위 세번째)’ 1975년 정겨운 내고향 품앗이 광경(사진집 43쪽, 위 네번째), 1980년 초 김 농사하는 여인(사진집 45쪽, 위 다섯번째) 등 지금을 볼수 없는 역사의 흔적들들도 담겨 있다. 해남 두륜산에서 찍은 ‘숲속의 아침’과 남이섬의 가을을 담은 ‘황혼이 더 아름답다()’는 빛에 따라 달라지는 오묘한 색채를 감상하게 만든다. 전북 어느 어촌에서 장례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좀처럼 사람을 찍지 않는 그의 눈에 한 노인의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촬영한 것이다. 그는 여기에 ‘인생이란()’ 제목을 붙였다.
언제나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기도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고, 렌즈 속에서 새롭게 탄생하는 자연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하나님을 깊이 느끼는 것이 그가 사진을 사랑하는 이유다. 그리고 사진은 그의 목회에서 교우들과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는 매개체 역할도 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