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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분쟁 해결 모델… 세상법정에 가지 말아야 - 회의체방식의 의사결정에 관한 분쟁과 문제점
  • 기사등록 2017-11-08 10: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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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이사장 피영민 목사, 원장 박재윤 변호사)이 10월 31일에 ‘교회분쟁의 화해적 해결’이라는 주제로 ‘제11차 기독교 화해사역 세미나’를 열었다. 교회분쟁의 예방과 화해적 해결 방법의 제시를 위해 이 날 발표된 발표문을 게재한다.  [ 편집자 주 ]
곽종훈 변호사제1발표 : 회의체방식의 의사결정에 관한 분쟁과 문제점

곽종훈 변호사 / 법무법인 이경, 남서울은혜교회 장로

분쟁해결의 모델

가. 종교의 자유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다.

우리나라 개교회 또는 교단교회는 자율적 재판조직을 갖추고 재판의 형식으로 결정을 내리고 있다. 그 재판조직으로는 당회재판국, 노회재판국, 총회재판국이 있고, 심급제를 취하고 있으며, 교단마다 재판기관의 명칭에 다소 차이가 있다. 기독교화해중재원도 기독교 내부의 자율적 분쟁해결운동의 일환으로 출범한 기관이다.

국가재판은 실정법과 법관의 양심이 주된 판단기준이 되지만, 교회재판은 성경과 교회법이 기준이 되며, 국가재판은 사회질서 유지를 그 목적으로 하는데 비해 교회재판은 교회의 신성과 질서를 유지하고 믿음의 회복을 그 목적으로 하는 점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 된다.9) 그러나 교회재판에 승복하지 못하고 동일한 분쟁이 국가재판으로 옮겨가서 교회재판의 정당성이 그 심판대상이 되는 것을 볼 때 교회재판은 국가재판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적법절차를 지켰다는 절차적 정당성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인다. 요컨대 절차적 엄격성, 충분한 방어기회의 제공, 형평과 정의 관념에 부합한 절차운영 등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국가재판이 교회재판에 개입할 명분을 주기 쉽고 그로 인하여 종교의 자유가 제한될 가능성은 늘 열려있다고 할 것이다.10)

그러므로 종교의 자유를 이유로 사법심사의 배제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교회재판이나 회의체방식의 의사결정과정이 자율성을 보장받을 만한 절차적 정당성을 구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여겨진다. 아울러 교인 스스로 교회재판보다 국가재판을 신뢰할 때 종교의 자유에 터 잡은 자율권은 더 이상 보장되기 어렵고, 이러한 자율권 보장은 법이론의 문제이기보다 교회가 현실적으로 자정(自淨)능력을 갖추었느냐는 법사회학적인 문제로 보인다.


나. 교회분쟁을 세상법정에 가져가지 않는다.

국가재판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에 터 잡아 정의와 공평의 이념을 실천하는 장소이지만 많은 점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하나님의 법 즉 성서적 진리와 같지 않다. 따라서 지금 문명사회에서까지 전범(典範)으로 삼고 있는 로마법이 지배하던 시절에서 사도 바울은 세상법정을 “불의한 자들 앞(before the ungodly)”라고 불렀다(고린도전서 6:1).

교회 내부에서 분쟁이 발생하는 것 자체로 이웃사랑을 중시하는 기독교의 이미지를 손상시킴은 물론 사회로부터 많은 지탄을 받게 되어 고유의 사회적 영향력을 상실하게 된다.


다. 국가재판과의 관계

(1) 종교의 자유와 사법심사 자제의 필요성

헌법 제20조에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정교분리의 원칙을 선언하고 있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일찍이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선언하였다.

“교회의 권징재판은 종교단체가 교리를 확립하고 단체 및 신앙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목사 등 교역자나 교인에게 종교상의 방법에 따라 징계 제재하는 종교단체의 내부적인 제재에 지나지 아니하므로 원칙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그 효력과 집행은 교회 내부의 자율에 맡겨져 있는 것이므로, 그 권징재판으로 말미암은 목사, 장로의 자격에 관한 시비는 직접적으로 법원의 심판의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5. 3. 24. 선고 94다47193 판결). 또한 교인으로서 비위가 있는 자에게 종교적인 방법으로 징계 · 제재하는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권징재판)가 아닌 한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법상의 행위라 하여 반드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소의 이익을 부정할 것은 아니지만 우리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와 국가기능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은 그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할 것이므로, 교회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칠 각종 결의나 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려면, 그저 일반적인 종교단체 아닌 일반단체의 결의나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63104 판결).”

(2) 대법원판례의 흐름과 하급심 재판실무의 문제점

(가) 대법원판례의 흐름

① 총설

종래 대법원판례의 흐름에 관하여, 국가사법권이 교회분쟁에 개입하는 경우를 크게 구분할 때, 첫째, 재산분쟁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둘째, 교인지위분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개입을 자체하지만 교회법적 정당성을 재단할 적법한 권한을 가진 치리회가 없는 등 교회 내에서의 자율적 문제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에 개입하되, 개입은 교회 결정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 한정하며, 셋째, 권징재판에 대해서는 선결문제로 되는 경우 이외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11)

대체로 타당한 견해로 보인다. 이를 단적으로 표현한 최근의 대표적인 예로 ‘대법원ᅠ 2014. 12. 11. 선고 2013다78990 판결’이 있고, 이 판결에서는 “종교 활동은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에 의하여 국가의 간섭으로부터 그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국가기관인 법원은 종교단체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는 그것이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이 아닌 이상 원칙적으로 그 실체적인 심리판단을 하지 아니함으로써 당해 종교단체의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하였다.

② 권징재판에 대한 사법적 심사

종래 대법원은 교회의 권징재판에 대해서는 사법심사를 극도로 자제하여 왔다.12) 즉 ‘목사에 대한 정직 및 면직판결은 변호할 자를 선임 아니하고 또 증거조사를 아니하였다는 절차위배가 있다하여 그 권징재판을 무효로 판시하였으나 이는 권징재판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데서 나온 위법한 조치이다’라고 판시하였다.13) 그러다가 ‘대법원 2005. 6. 24. 선고 2005다10388 판결’에서는 사찰 주지에 대한 해임처분의 효력을 다투는 사건에서 “법원으로서는 종교단체의 징계결의의 효력의 유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또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위 징계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판단의 내용이 종교 교리의 해석에 미치지 아니하는 한 법원으로서는 징계의 당부를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할 경우에는 선결문제로 권징재판의 당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이러한 법리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고 보인다.

한편 권징재판이 아니면서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법상의 행위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에 포섭하여 확인의 이익을 인정하되 그러한 결의나 처분이 당연 무효하고 판단하려면 ‘그저 일반적인 종교단체 아닌 일반단체의 결의나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라야 할 것’이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63104 판결).

여기에서 권징재판이 선결문제가 되어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권징재판을 무효로 볼 수 있는 사범심사의 기준이 무엇인지가 문제로 된다. 재판실무의 흐름으로는 대법원이 권징재판이 아니면서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법상의 행위에 대하여는 예외적으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위와 같이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기준, 즉 ‘절차상의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를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른 한편 권징재판의 경우라도 교리와 장정상 “원고가 교회를 매매하여 사리사욕을 취하였다.”로 의율한 범과가 원고를 출교에 처할 수 있는 유일한 요건인 사안에서, “이 사건 토지 및 교회건물 소유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와 그에 따른 논리적 귀결로서 이 사건 공탁금에 관한 공탁출급권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관한 분쟁은 교회법이 아니라 국가의 법령을 적용하여야 할 사법상의 권리의무에 관한 법률적 분쟁임이 분명하다.”라는 판시와 함께 “원고에게 출교 처분을 한 이 사건 총회판결은 그 실체상의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무효로 봄이 타당하다.”라고 판시한 사례가 있다.14)

(나) 하급심 재판실무와 사법심사 확대의 경향

근래 하급심 재판실무에서는 교회분쟁에 대하여 사법심사의 범위를 확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하급심판결의 대표적인 사례로 강북제일교회 판결15)이 지목된다. 동 사건에 대한 고등법원판결은 “종교단체의 자율성은 최대한 보장될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하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스스로 마련해 놓은 절차적 규범이 형해화 될 정도로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거나 총회재판국의 판결, 결의나 처분의 내용이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의 자유의 본질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등으로 재량권을 현저하게 일탈 · 남용하여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에는 이를 그대로 용인할 수 없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권징재판이 아니라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교회내 재판16)임을 전제로 그 효력의 유무와 관련하여 구체적인 권리 또는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이 존재하고 또 그 청구의 당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위 징계의 당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지 않더라도 절차상 중대한 하자가 존재하거나 그 결과가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는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하급심판결에 대해서 대법원의 권징재판에 관한 기존 판례에 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었다.17)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위 사건 분쟁의 성격을 “교단 내 하급 종교단체로서의 지교회에 해당하는 원고 교회가 상급 종교단체인 소속 교단의 의사결정에 불복하여 총회판결에 대한 사법심사를 요청하는 것”으로 본 다음, “지교회의 대표자로서의 위임목사가 비법인사단인 교회의 대표자 지위를 겸유하면서 교회 재산의 관리처분과 관련한 대표권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원고 교회는 목사나 위임목사로서의 지위가 부인된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 따라서 목사나 위임목사로서의 지위가 부인됨으로써 원고보조참가인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은 원고 교회가 이 사건 소로써 위 각 총회판결의 무효 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앞서 본 바와 같이 위 각 총회판결에 의하여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원고 교회 자신의 이익은 설교와 예배 인도 등을 담당할 위임목사를 자율적으로 청빙할 수 있는 이익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이익은 원고 교회의 종교적 자율권과 관계된 사항일 뿐, 그것 자체는 원고 교회의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와 관련이 있는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종교단체의 내부관계에 관하여 사법심사를 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가 이 사건에는 존재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교단과 교회 사이에 그 종교적 자율권이 충돌하는 이 사건에서는, 앞서 본 법리에 따라 비록 위 각 총회판결 로 인하여 위임목사 청빙과 관련한 원고 교회의 종교적 자율권이 제한받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피고 교단의 종교적 자율권 보장을 위하여 위 각 총회판결은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위 각 총회판결에 대한 무효 확인과 이를 전제로 하여 원고보조참가인의 대표자 지위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항에 대한 소로서 부적법하다.”라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4. 12. 11. 선고 2013다78990 판결).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09다32386 판결’에서 “교인으로서 비위가 있는 자에게 종교적인 방법으로 징계 · 제재하는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권징재판)가 아닌 한 종교단체 내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단체법상의 행위라 하여 반드시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소의 이익을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는 판시에서 명백히 한 것처럼 대법원에서 권징재판으로 보는 것은 “교인으로서 비위가 있는 자에게 종교적인 방법으로 징계 · 제재하는 종교단체 내부의 규제”에 한한다고 보고 있으므로 강북제일교회 사건에 관한 고등법원의 판시 중 권징재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 관하여는 대법원판례와 그 입장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의 판결, 결의나 처분의 내용이 지교회의 독립성이나 종교의 자유의 본질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본 점은 대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또한 하급심 재판실무에서 대법원의 분류에 따르더라도 권징재판일 수밖에 없는 좁은 의미의 권징재판(책벌절차)에 해당하고 함이 명백함에도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협의의 권징재판에 관하여는 선결문제가 아닌 한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은 물론, 교회 안에서 개인이 누리는 지위에 영향을 미칠 각종 징계결의나 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려면 일반적인 종교단체 아닌 일반단체의 결의나 처분이 교회헌법에 정한 적법한 재판기관에서 내려진 것이 아니라거나 그 종교단체 소정의 징계절차를 전혀 밟지 아니하거나 징계사유가 전혀 존재하지 아니한다는 등의 하자가 있고, 그러한 절차상 · 실체상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에 한한다는 대법원의 확고한 입장(대법원 1984. 7. 24. 선고 83다카2065 판결;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다41026 판결; 대법원 2006. 2. 10. 선고 2003다63104 판결 등)으로 보임에도 하급심에서 이를 좇지 않는 것은 권징재판이라고 할지라도 절차적 정당성에 관한 사회적 요구가 그만큼 높아진 것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3) 국가재판의 한계

오늘날 교회분쟁이 법원에 몰려드는 이유는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이고, 교회조직의 자율적 분쟁처리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시작된 국가재판은 원만한 분쟁해결의 결과를 가져오기보다는 추가적인 분쟁을 양산하면서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는 반면, 분쟁에 휩싸인 교회는 날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피폐해져 가고 있음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유에 관하여 법원이 신앙공동체인 교회의 특성을 간과하고 단순한 비법인 사단의 법리를 형식적으로 적용한 결과 비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데에 있다는 지적이 있다.18) 우선 국가재판이 근간으로 삼는 법원칙은 그 근본이념에 있어서 교회법과 일치하지 않는 면이 적지 않고 신앙공동체의 특성상 국가재판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이 자명하기 때문에 교회분쟁의 당사자들은 국가재판에 전적으로 의지하여 분쟁을 해결하려는 생각을 떨쳐버려야 할 것이다.


라. 절차적 엄격성 준수와 절차에 대한 자율권 확보의 필요성

협의의 권징재판에는 속하지 아니하지만 여전히 교회법상 행정쟁송에 속하는 사건의 경우 그 역시 종교단체 내부관계에 관한 사항이므로 그것이 일반 국민으로서의 권리의무나 법률관계를 규율하는 것일 때 대법원은 사법심사의 길을 열되, 결의나 처분이 당연 무효라고 판단하려면 ‘그저 일반적인 종교단체 아닌 일반단체의 결의나 처분을 무효로 돌릴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그러한 하자가 매우 중대하여 이를 그대로 둘 경우 현저히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경우라야 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기독교단체로서는 회의체 방식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엄격성을 준수하도록 노력 하여야 하는 한편, 법원으로서는 그 절차 진행에 관한 종교단체의 자율성을 존중하여 그 위반 여부를 신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마. 대법원판례의 통합 필요성

(1) 대법원 2006. 4. 20. 선고 2004다37775 전원합의체 판결의 요지

[다수의견] “교회가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 존재하는 이상, 그 법률관계를 둘러싼 분쟁을 소송적인 방법으로 해결함에 있어서는 법인 아닌 사단에 관한 민법의 일반 이론에 따라 교회의 실체를 파악하고 교회의 재산 귀속에 대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에 따라 법인 아닌 사단의 재산관계와 그 재산에 대한 구성원의 권리 및 구성원 탈퇴, 특히 집단적인 탈퇴의 효과 등에 관한 법리는 교회에 대하여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따라서 교인들은 교회 재산을 총유의 형태로 소유하면 서 사용·수익할 것인데, 일부 교인들이 교회를 탈퇴하여 그 교회 교인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탈퇴가 개별적인 것이든 집단적인 것이든 이와 더불어 종전 교회의 총유 재산의 관리처분에 관한 의결에 참가할 수 있는 지위나 그 재산에 대한 사용·수익권을 상실하고, 종전 교회는 잔존 교인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실체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존속하며 종전 교회의 재산은 그 교회에 소속된 잔존 교인들의 총유로 귀속됨이 원칙이다. 그리고 교단에 소속되어 있던 지교회의 교인들의 일부가 소속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한 다음 종전 교회를 나가 별도의 교회를 설립하여 별도의 대표자를 선정하고 나아가 다른 교단에 가입한 경우, 그 교회는 종전 교회에서 집단적으로 이탈한 교인들에 의하여 새로이 법인 아닌 사단의 요건을 갖추어 설립된 신설 교회라 할 것이어서, 그 교회 소속 교인들은 더 이상 종전 교회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보유할 수 없게 된다.”

(2) 대법원 2010. 5. 25. 선고 2009다67658 판결(이하 “광성교회판결”이라 한다)의 요지

“일부 교인들이 소속 교단을 탈퇴하고 다른 교단에 가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교단변경을 결의하는 것은 종전 교회를 집단적으로 탈퇴하는 것과 구별되는 개념으로, 교단변경에 찬성한 교인들이 종전 교회에서 탈퇴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지 여부는 법률행위 일반의 해석 법리에 따라, 교회를 탈퇴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를 하였는지 여부, 종전 교회가 따르던 교리와 예배방법을 버리고 다른 교리와 예배방법을 추종하게 되었는지 여부, 종전 교회와 다른 명칭을 사용하거나 종전 교회의 교리 등을 따르기를 원하는 나머지 교인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채 독립한 조직을 구성하거나 종전 교리를 따르지 않는 새로운 목사를 추대하여 그를 중심으로 예배를 보는 등 종전 교회와 별도의 신앙공동체를 형성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 스스로 종전 교회와 다른 조직임을 전제로 하는 주장이나 행위 등을 하여 왔는지 여부, 교단변경에 이르게 된 경위, 즉 단순히 종전 교회의 소속 교단만을 변경하는데 그치겠다는 의사에서 결의에 나아간 것인지 아니면 만약 교단변경의 결의가 유효하게 이루어지지 아니하여 종전 교회의 소속 교단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종전 교회에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갖고서 결의에 나아간 것인지 여부, 교단변경 결의가 유효하게 이루어지지 아니하는 경우 교회재산의 사용수익권을 잃는 것을 감수하고서라도 새로운 교회를 설립할 것인지 아니면 사용수익권을 보유하면서 종전 교회에 남을 것인지 사이에서 교인들이 어떠한 선택을 하였다고 볼 것인지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3) 교회탈퇴의 요건

광성교회판결의 문제점은 교단탈퇴와 교회탈퇴를 구별하여 대부분의 교단변경이나 탈퇴는 교회 까지 탈퇴한다는 의사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데에 있다.19) 미국 교회법에서는 교단 탈퇴는 그 수가 많고 적든 모두 교회탈퇴로 보고 탈퇴교인들에게는 기존교회재산을 박탈하고 있다.20)

광성교회판결의 판시는 교회가 같은 믿음을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라는 교회의 본질에 반한다는 지적이 있고,21) 다음과 같은 점에서 2006년 전원합의체 판결과도 모순된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분열된 교회들이 하나의 교회건물을 서로 독점적으로 점유하기 위하여 물리력을 행사하더라도 이를 방치할 수밖에 없어 종국에는 다수파에 의한 점거가 사실상 정당한 것처럼 유지되는 결과에 이르렀다.”라고 판시하였는데, 종전교회 차원의 교단변경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지 않은 교단탈퇴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에 참가한 교인들이 여전히 종전교회의 교인지위를 유지한다고 보아 다시 종전교회로 돌아가서 교인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면,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판시한 폐해는 여전히 발생 ․ 존재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런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판례를 변경한 취지는 완전히 몰각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나)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또한 “위와 같이 수많은 교단의 분립과 지교회의 비대화, 교회재산 가치의 상승 및 다수인의 첨예한 이해관계 대립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이 종전과 같이 분열되어 나온 양측의 교인들에게 모두 권리를 인정한다는 취지의 종래 판시를 고수한다면, 분쟁해결 기능을 상실하게 될 뿐 아니라, 오히려 종전교회를 박차고 나온 사람들에게 재산적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교단 상호간 및 교인 상호간의 분쟁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는데, 광성교회판결의 논리야 말로 바로 분열되어 나온 양측 교인들 모두에게 권리를 인정한다는 취지에 다름 아니고, 그렇게 할 경우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판시하는 폐해를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그러한 폐해를 시정하기 위해 전원합의체판결로 판례를 변경한 취지에 반하게 된다.

(다)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새로운 법리의 방향’이란 제목 아래 “교단에 소속되어 있던 지교회의 교인들의 일부가 소속 교단을 탈퇴하기로 결의한 다음 종전교회를 나가 별도의 교회를 설립하여 별도의 대표자를 선정하고 나아가 다른 교단에 가입한 경우”를 그 요건 사실로 들고 있는데, 여기서 “종전교회를 나가”라는 의미는 장소적 의미가 아니라 종전교회를 ‘떠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서, 종전교회의 조직 ․ 질서를 이탈하는 것, 즉 교회탈퇴를 뜻한다고 해석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그 결과로 새로이 설립된 별도의 교회는 종전교회에서 집단적으로 이탈한 교인들에 의하여 새로이 법인 아닌 사단의 요건을 갖추어 설립된 신설교회가 되고, 그 신설교회 소속 교인들은 더 이상 종전교회의 재산에 대한 권리를 보유할 수 없게 된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라)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일부 교인들이 집단적으로 교회를 탈퇴하는 전형적인 예로 일부교인이 소속 교단을 탈퇴하고 다른 교단에 가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교단변경을 결의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는 데에 반하여 광성교회판결은 모두에서부터 일부 교인들이 소속 교단을 탈퇴하고 다른 교단에 가입하기로 하는 내용의 교단변경을 결의하는 것은 종전 교회를 집단적으로 탈퇴하는 것과 구별되는 개념이라고 선언하고 있다. 특히 광성교회판결에서 종전교회의 일부 교인들이 교단탈퇴 행위에까지 나아간 다음 그 기초가 된 교단탈퇴 결의가 정관변경에 필요한 결의요건을 갖춘 것이 아님이 확인된 경우에 여전히 종전교회의 교인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위 전원합의체판결의 판시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 광성교회판결의 논리에 따르면 위 전원합의체판결이 막으려고 하였던 과거의 무정부적인 상태가 다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위 전원합의체판결은 교회분쟁의 해결 외에 교회분쟁의 예방도 염두에 둔 취지를 분명히 하였는데, 광성교회판결의 논리는 교회분쟁의 예방은커녕 교회분쟁을 부추기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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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7-11-08 10: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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