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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원 칼럼] 공공 복리와 종교의 자유가 상충할 때

- 세계로교회 가처분 판결, 자유민주주의 근간 흔들 우려

편집국|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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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방식·교리 종교 내부 문제, 법원 판단 영역 아냐
공공 이익 명분으로 개인 자유 제한시 매우 신중해야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 내는 교회들과도 소통해야
▲ 부산광역시 강서구청으로부터 1월 12일 시설 폐쇄 조치를 받은 부산 세계로교회(담임 손현보 목사) 현장  

부산 강서구청이 행정명령으로 세계로교회의 대면 예배 모임을 금지시켰다. 그리고 이에 대해 세계로교회는 폐쇄명령 집행정지를 위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강서구청의 행정명령은 일종의 정치적 결단으로, 국민 보건 위기 상황에서 책임있는 행정기관이 충분히 취할 수 있는 조치였다. 한편 그 행정명령이 헌법이 규정한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느낀 세계로교회의 가처분 신청도 국민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해당한다. 정부에 대한 평화적 저항권도 현대 민주주의에서 보장된 정당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는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14일 내려진 법원의 판결은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매우 위험스러운 것이다.

단순히 판결문의 결론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니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나도 자유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릴 것까지는 없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그렇게 느낀 이유는 그 결론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다음의 문장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지지만(헌법 제20조 제1항), 종교의 자유도 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면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헌법 제37조 제2항). … 대면예배를 금지하는 것은 내면의 신앙의 자유와는 무관하고 예배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예배의 장소와 방식만을 제한하는 것으로서, 이를 두고 종교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 손현보 목사(가운데)가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가처분 신청 서류를 들어보이고 있다. 

특히 “종교의 자유도 ①본질적인 내용이 아니면 ②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에 특히 놀랐다.

도저히 믿을 수 없어 필자는 인용된 헌법 조항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실제 헌법 조항의 뉘앙스는 조금 달랐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헌법 37조 제2항).”

이 헌법 조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에 대한 포괄적 규정으로, 종교의 자유를 콕 집어 말하는 것이 아니다. 판사의 판결문에 적힌 내용은 그 헌법 조상에 대한 판사의 해석일 뿐이다.

그러면 그 해석이 옳은지를 따져야 한다.

▲ 부산 세계로교회 폐쇄 집행정지가처분 등의 소송대리인인 안창호 전 헌법재판관.  

1. 법원이 종교의 자유 본질적/비본질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가?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첫째, 판사가 종교의 자유의 내용 가운데,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을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이다.

근대 민주주의 헌법 역사에서 종교의 자유는 단순히 개인의 종교(혹은 종파나 교회) 선택의 자유가 아니다. 종교의 자유는 헌법으로 보장되는 다양한 자유들 중 가장 포괄적이며 근본적이다.

미국 <권리 장전(Bill of Right)>의 첫 번째 항목이 종교에 자유에 대한 것이다. 그 종교의 자유에는 단순히 교회나 종파에 대한 개인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종교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자유, 즉 예배와 삶에 대한 교리를 만들고 실천할 자유가 포함된다. 심지어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정부에 평화적으로 저항할 자유까지 넓게는 종교의 자유에 포괄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판사가 종교의 자유를 ‘내면의 신앙의 자유’로 국한하고, ‘예배의 장소와 방식’은 종교의 ‘비본질적 측면’으로 해석한 것은 종교의 자유를 매우 포괄적으로 이해한 전통적 입장과 다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종교의 자율 영역을 침해한 것이다.

예배의 장소와 방식을 포함하여, 특정 교리가 본질인지 비본질인지 따지는 것은 종교 내부의 문제이다. 판사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예배의 형식에 대한 문제가 반드시 종교의 비본질적 요소일 필요는 없다. 구약의 예를 들면, 예배를 예루살렘의 성전에서 드릴지, 가까운 산당(가족 혹은 지방 성소)에서 드릴지, 혹은 예배에 신상(image) 사용을 허용할지 않을지의 문제는 종교의 비본질적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였다.

필자의 요지는 특정 형식이 예배의 본질인지 아닌지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 자체를 판사나 국가가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판사는 그렇게 판단했을까? 그것은 법이 문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세속 사회일 뿐 아니라, 서양 민주 헌법의 언어는 차용했지만 그 정신까지 소화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더구나 최근 전염병 정국에서는 반기독교적인 정서가 매우 강해져 있다.

때문에 종교의 자유를 개인의 종파 선택의 문제로 좁게 해석하거나, 다른 자유나 권리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우리나라 헌법을 보면 종교의 자유는 ‘거주 이전의 자유(14조), 직업 선택의 자유(15조), 주거의 자유(16조), 사생활, 비밀 유지의 자유(17조), 통신 비밀의 자유(18조)’ 등과 같은 개인의 자유들과 동등한 무게로 취급된다.

▲ 부산광역시 강서구청으로부터 1월 12일 시설 폐쇄 조치를 받은 부산 세계로교회(담임 손현보 목사) 현장  

2. 공공복리를 위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

필자가 문제로 여기는 또 하나는 ‘공공복리를 위해’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대목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공공(公共)’을 ‘공(公)’의 개념과 혼동하는 듯한 인식에 문제 의식을 느낀다.

일본에서 공공철학을 오랫동안 연구한 김태창 선생에 따르면, 공공의 개념은 공의 개념과 다르다.

‘공’은 전통적으로 통치자 혹은 다수결로 선출된 정부를 가리키는 개념이다. 공공의 개념을 통치자 혹은 정부를 가리키는 ‘공’과 혼동하면, 공공성은 통치자의 뜻 혹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 되어 버린다.

역사적으로 멸사봉공은 통치자를 위한 덕목이었다. 하지만 ‘공공’은 동사적 개념이다.

이 개념이 처음 쓰인 사마천의 사기 <장석지> 편을 보면, 법의 공공성을 설명할 때 ‘공공’이 동사로 사용된다(法者天子所與天下公共也). 다시 말해, 법의 공공성이 황제와 백성이 함께 대화하고 함께 노력하여 찾아가는 동적인 과정(對話, 共動, 開新)으로 설명된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는 다수결 원칙이 아니라 소수 의견에 대한 존중이라는 사실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처럼 공공복리, 공공성의 개념은 ‘관(官)’이 일방적으로 정하거나 다수결의 원칙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모든 국민이 대화와 협력으로 함께 열어가는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도 ‘전체’ 진리를 알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전지하신 하나님도 아브라함과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화하고 소통하신 후에 소돔의 멸망을 결정하시는데(창 15:22-33), 과오 가능한 사람들로 구성된 민주 정부는 더욱 그리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공공의 이익을 명분으로 개인의 자유, 그것도 가장 본질적인 자유인 종교의 자유를 제한할 때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타인의 건강이나 생명에 ‘직접적인’ 위해가 되는 경우로 한정해야 할 뿐 아니라, 부득이 그러해야 할 경우에도 정부는 한국 교회들—특히 더욱 정부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교회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상생과 화해의 길을 찾아가야 한다.

공공의 이익을 가장한 ‘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가 희생되거나 국민 보건에 대한 위협이 과장되어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종교의 자유가 제한되서는 안될 것이다.

▲ 김구원 박사.  

김구원 박사

서울대 철학과를 거쳐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 학위를, 시카고대학 고대근동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개신대학원대학교에서 가르쳤다. 일반인과 평신도에게 구약 성경과 고대 근동 문화를 가르치고 소개하는 일에 관심이 많으며, 이에 관련된 영문 및 우리말 단행본과 논문도 다수 출간했다.

저서로는 그리스도인을 위한 통독 주석 시리즈 《사무엘상》, 《사무엘하》, 《김구원 교수의 구약 꿀팁》, 《가장 아름다운 노래: 아가서 이야기》, 《쉬운 구약 개론(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맥스 디몬트의 《책의 민족》, 요람 하조니의 《구약 성서로 철학하기》, 프리처드의 《고대 근동 문학 선집(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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