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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 내달 8일까지 온라인서 진행 - “팬데믹 시대, 우리는 어떤 이웃인가”
  • 기사등록 2020-11-25 19: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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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작가가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에 출품한 샌드 애니메이션 작품 ‘이웃’의 한 장면. NCCK 제공

십자가가 높이 달린, 언덕 위 예배당을 올려다보며 작은 소녀가 손을 뻗고 있다. 갑작스러운 광풍에 교회는 흔적 없이 사라지고 그 위로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님이 나타난다. 소녀에게 손을 내민 예수님 얼굴엔 마스크가 더해진다. 철조망 안의 고아와 과부에게 먹을 것을 내놓은 이의 얼굴이 차차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



흑백 모래판 위에 변화를 주며 메시지를 표현해 온 주홍 작가의 샌드 애니메이션 작품 ‘이웃’의 장면들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소속 교단들과 가톨릭이 함께하는 한국그리스도교신앙과직제협의회는 다음 달 8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제2회 에큐메니칼 문화예술제’를 열고 있다. ‘팬데믹 시대, 타자를 사랑하는 방법’이란 주제로 중견 작가 14명이 그림 조형 서예 샌드아트 등의 작품을 선보인다. 일반인 대상으로는 ‘팬데믹 시대의 기록’을 주제로 사진 공모전을 열어 수상작을 함께 전시 중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오프라인 전시 없이 온라인으로만 작품을 감상하도록 돕는다.



3분13초짜리 샌드 애니메이션 ‘이웃’의 주 작가는 “나는 어떤 이웃인가 돌아보며 작업했다”고 밝혔다. 그는 “팬데믹 상태의 지금, 우리는 누구의 손을 어떻게 잡아주어야 할까”라고 자문하며 “예수님도 어린 소녀가 찾아오면 마스크를 하시겠지. 국경과 철조망에 가로막힌 난민들에게는 밥을 나누고 기꺼이 이웃이 되어 주시겠지”라고 답한다.



이윤엽 작가의 목판화 ‘방역복 입은 예수’. NCCK 제공

목판화를 제작하는 이윤엽 작가는 ‘방역복 입은 예수’를 출품했다. 붉고 거친 느낌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모습이 강렬하다. 이 작가는 “예수는 오늘도 무겁고 땀내 밴 방역복을 입고 어느 가난한 골목을 서성이고 있을까”라며 “코로나에 걸린 십자가는 날카로운 가시처럼 붉고 사나운데, 예수는 달빛 염전의 소금꽃처럼 절인 이마를 들어 누구의 기도를 가만히 듣고 계실까”라고 묻는다.



시민 대상 사진 공모전에선 ‘웃음이 사라진 무용교실, 부산 화명동 무용학원’이 대상을 받았다. 사진을 출품한 안시은씨는 “어린 무용수들의 무표정한 모습을 보며, 속히 코로나19가 극복돼 잃어버린 웃음을 되찾아 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촬영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속한 교단의 전통을 자랑스러워 하는 동시에 다른 교파의 전통도 존중하자는 에큐메니칼 정신이 문화예술제에 녹아 있다.



신앙과직제협의회 공동의장 이홍정 NCCK 총무는 연대 메시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와 고통을 넘어 새길을 걷기 위해서는 온 생명과 세상을 품는 돌봄과 배려, 사랑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영상메시지에서 “교회의 에큐메니칼 정신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착한 임대인 운동, 선결제 캠페인, 동네상점 살리기, 농산물 팔아주기와 같은 착한 소비운동으로도 확산하고 있다”며 “국민 모두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길 소망한다”고 말했다. (국민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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