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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수장에 도전하는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 유명희, 일본 방해 딛고 WTO 첫 여성 사무총장 오르나
  • 기사등록 2020-07-09 09:4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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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통상자원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
‘사랑의 콜센타’ 측 “TOP7X현역7, 역전에 역전 美친 명승부 그 자체”

1호 여성 통상전문가… 승진 1년 만에 차관에 올라
文정부 전폭 지원 속 '중견국 역할론'으로 공략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한국만큼은 떨어뜨리겠다는 일본의 결의가 느껴진다."

한일 관계 전문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8일 석달 뒤 벌어질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선거를 이렇게 전망했는데요. 일본이 WTO 사무총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낙마시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방해할 것이란 게 호사카 교수의 설명입니다.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수출 규제 조치를 걸었던 상대국 출신이 WTO 수장이 되는 게 일본 입장에선 불편하기 때문이죠.

그의 말이 현실이 된다면 이번 선거는 '국제무대에서의 한일전'이 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이후 양국의 자존심이 걸린 한판승부가 또다시 벌어지는 셈이죠. 한국 대표선수로 나온 유 본부장이 일본의 방해공작을 뚫고 사무총장에 오른다면, 유 본부장은 국민적 스타가 될 수 있죠.

유리천장 뚫은 첫 여성 산자부 실장

유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의 상징적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유은혜(교육부)ㆍ김현미(국토교통부)ㆍ강경화(외교부) 등 각 부처의 첫 번째 여성 장관과 함께 유리 천장을 뚫은 대표 인사이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페미니스트 대통령'으로 불리는 데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죠,.

유 본부장은 2018년 1월 통상교섭실장에 발탁되며 산업통상자원부의 첫 번째 여성 고위공무원(가급)이 됐습니다. 1948년 상공부(현 산자부)가 설립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정무직인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아닌 '늘공(늘상 공무원)'이 오를 수 있는 최고 자리에 오른 겁니다.

서울대 영문학과와 행정대학원을 졸업한 유 장관은 제35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1992년 총무처(국무회의 의안 관리 및 중앙행정기관 관리 부처)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1995년 통상산업부(현 산자부)로 자리를 옮긴 그는 첫번째 여성 통상 전문가가 됐습니다. 통상산업부가 모집한 '제1기 여성 통상직'에 유 본부장이 선발됐기 때문인데요. 1998년 통상 기능이 외교통상부로 이관되면서 직을 옮겨 통상 관련 협상 실무담당을 도맡았습니다. 통상전문가로 인정을 받은 그는 2019년 2월 차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에 오릅니다. 유리천장을 뚫은 지 1년 만에 또 하나의 천장을 뚫게 됩니다.

文, '보수 진영' 평에도 '일 잘하면 O.K'라며 발탁

유 본부장이 차관에 오른 건 또다른 의미로 파격이었습니다. 그가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9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고, 이전 정부를 '적폐'라고 부르던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 때 사람을 차관에 앉힌 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유 본부장은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실 외신대변인을 지냈습니다. 그의 남편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정태옥 전 의원인데요. 정 전 의원은 한때 친박근혜계 인사로 분류되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유 본부장은 실장 승진 전까지 '보수진영 사람'이란 말들도 있었죠.

2018년 인사 조치 때 당시 여권에선 '유 본부장을 승진 대상에서 빼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의 의견에 손사래를 친 건 문 대통령이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실력만 있다면 상관 없다"며 유 본부장에게 힘을 실어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 본부장이 실장이 된 뒤 국회에서 정 전 의원과 마주 앉아 주목을 끌었습니다. 정 전 의원은 2019년 7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 의원으로서 부인인 유 본부장에게 문재인 정부의 예산안에 대해 질의해 화제가 됐습니다.

유명희 "세계 갈등 중재 역할, 대한민국이 적합"…정부 "승산 충분"

유 본부장은 이제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국가대표로 국제무대 선거를 치러야 합니다. 정부는 일찌감치 유 본부장을 차기 WTO 사무총장 후보로 낙점하고 범부처 차원의 외교전 구상에 들어갔습니다. 정부는 '중견국의 중재자 역할론'을 내세워 세계 표심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WTO의 수장이 된다면 국내 유리천장은 물론, 'WTO의 첫 여성 사무총장'이란 타이틀도 거머쥐게 됩니다. 유 본부장은 멕시코, 케냐, 나이지리아, 이집트, 몰도바 등 5개국 후보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WTO는 회원국을 상대로 후보 선호도를 조사해 지지도가 가장 낮은 후보부터 탈락시켜 한 명만 남기는 방식으로 사무총장을 선출합니다. 통상 선거에는 6개월이 걸리지만, 현재 사무총장 자리가 공석이라 선거 기간은 2,3개월 정도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문제는 일본입니다. 일본은 한국과 수출 규제 문제로 대립하고 있어 한국 후보가 사무총장이 되는 걸 원하지 않습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우리나라 후보가 당선되는 데 일본이 달가워하지 않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며 "일본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죠.

그러나 정부는 일본의 방해 작전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입장입니다. 유 본부장은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마 관련 기자회견에서 "갈등을 중재하고 공동의 비전을 제시하는 중견국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대한민국이 누구보다도 적합한 자격과 역량을 갖췄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정부의 바람대로 유 본부장이 국제사회 리더 자리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해 봅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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