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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 칼럼] 디트리히 본회퍼 목사의 옥중연서

- 홀로코스트(Holocaust)는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을 의미

편집국|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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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 

특히 1945년 1월 22일 폴란드 아우슈비츠의 유대인 포로수용소가 해방될 때 600만명에 이르는 유대인이 인종 청소라는 명목하에 나치에 의해 학살됐는데, 인간의 폭력성, 잔인성, 배타성과 광기가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를 극단적으로 보여주었다. 20세기 인류 최대의 치욕적인 사건이었다.

그 후에도 보스니아 내전, 르완다의 종족 분쟁, 캄보디아 내전(킬링필드) 등이 계속 이어졌다. 자전적 수기인 <안네의 일기>, <죽음의 수용소에서(V. Frankle)>,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등과, 영화 <쉰들러 리스트(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피아니스트(로만 폴란스키 감독)>, <인생은 아름다워(로베르토 베니니 감독)> 같은 영화도 나왔다.

홀로코스트의 주범 아돌프 아이히만(Karl Adolf Eichmann)은 16년간 추적 끝에 법정에 세워지기도 했다.

이때 독일의 양심이라고 하는 본회퍼 목사. 그는 행동하는 지성, 걸어 다니는 양심으로 통했다. 그가 쓴 <시편 이해>은 그의 인생관이 녹아있는 설교집이다.

본회퍼는 1941년에 히틀러 암살계획에 가담했다가 1943년 체포되어 1945년에 처형되었다. 그가 감옥에 있을 때 연인 마리아에게 보냈던 편지가 최근 공개되어 화제다. 그 내용을 여기에 소개한다.

“사랑하는 마리아. 당신이 알고 싶어하는 나의 현재 모습은 이러합니다. 섭씨 30도의 폭염 속에서 저녁 식사로 밀가루죽을 먹고, 셔츠의 팔을 걷어 올리고 단추를 풀어 젖힌 채 책상 앞에 앉아 강렬한 그리움을 안고 당신 생각을 합니다.

당신과 함께 숲을 지나 강가로 가고 싶으며, 거기서 수영을 하고 싶습니다. 그 후에는 나무 그늘 아래 누워 당신의 이야기를 아주 많이 듣고 싶습니다. 혹시 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당신에게 귀 기울이며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내 소원은 참으로 세속적이며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일정 기간 권리를 빼앗긴 현재 상황에 대한 아주 세속적이고 강렬한 기분이기도 하지요.

오래 전부터 태양은 매혹적이었는데, 사람이 공기나 생각의 산물이 아니라 흙에서 취함받은 존재라는 사실을 종종 일깨워주곤 했습니다.

한 번은 성탄절 설교를 하기 위해 쿠바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추운 북아메리카에서 지내다가 열대 식물이 무성한 그곳에 도착했을 때, 거의 태양에 압도되어 무슨 설교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고 말았지요. 정말이지 아주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여름이 되어 태양의 힘을 느낄 때면 언제나 약간 그런 기분이 듭니다. 태양은 나에게 천체의 위대함을 뛰어넘는 그 무엇으로서 내가 사랑하며 동시에 두려워하는 생동하는 힘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태양의 힘을 이성적인 사고로 무시하는 것은 비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인내와 기쁨, 감사와 여유, 용서도 온갖 종류의 방해물과 싸워서 항상 새롭게 소유해야만 하는 것들이지요.

시편에서 고백하듯 하나님께서 태양이시며 방패이심을 실제로 알고 경험하며 믿는다는 것은 일상생활의 지혜에 속한 일이 아니라 드높은 은혜의 순간에 속한 것입니다(1943. 8. 20. 테겔).”

이제는 본회퍼가 쓴 시 ‘누구인가? 나는’을 다시 한번 읽어본다.

“누구인가? 나는. 저들은 가끔 말하기를, 마치 신사가 그의 시골 별장에서 나오듯이 내가 감방으로부터 나오는 폼이 조용하게, 명랑하게, 확고하게 나왔다고 하더라.

누구인가? 나는. 저들은 가끔 말하기를 내가 감옥 간수장과 말할 때, 마치 내가 저들을 지휘하는 양, 자유롭게, 친절하게, 분명하게 말한다고 하더라.

누구인가? 나는. 저들은 또 말하기를, 내가 이 세상을 정복한 사람인 양, 나의 불행한 날들을, 공평하게, 미소를 띠고, 자신만만하게, 견디어 나간다고 하더라. 나는 과연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사람인가? …

색깔과 꽃을 보고, 새 소리를 듣기 원하며, 친절한 말 한 마디와 이웃 되어 주기를 바라며, 멀리 있는 친구를 보기 위해 기도하고 생각하다 지쳐버렸노라. 나는 이 모든 것들과 작별할 것을 벌써부터 준비하고 있노라.

누구인가? 나는. 이것이냐? 저것이냐? 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 나는 한 번에 두 사람 노릇을 하고 있는가?”

남이 보는 내가 진짜인가? 내가 보는 내가 진짜인가? 아니다 하나님이 보시는 내가 진짜 나인 것이다.

▲ 디트리히 본회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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