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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바꿔놓았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며 살아왔던 작은 것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우리가 얼마나 느끼며 살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한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중인 환자가 음압병실에서 작성한 감사의 글이 눈길을 끈다. 카카오 플랫폼 브런치에는 지난 10일 ’나는 코로나19 확진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시나브로’라는 작가명을 가진 글쓴이는 ‘코로나19’ 확진 과정부터 병원에서의 격리 생활을 연재 중이다.



글쓴이는 여섯 살, 백일이 갓 지난 두 아이를 둔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회사 동료로부터 감염된 남편이 병원으로 이송된 그 날 새벽, 아무런 증상이 없었던 자신도 감염됐다는 보건당국의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다행히 아이들의 결과는 음성이었다. 급하게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데리러 집에 왔고 글쓴이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 어린아이들과 어떻게 떨어져서 지내나’하는 생각에 머리가 새하얘졌다고 회상했다.



음압 병동에 격리된 글쓴이는 아이들의 걱정에 뜬 눈으로 날을 샜다. 코로나 확진자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채 아이들과 함께 붙어 지낸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며 자신이 원망스러웠기 때문이다.



우유를 먹이고 안아 준 시간, 아이를 재우려고 서로 마주 보고 누워 이야기를 나눈 시간, 뽀뽀 해준 순간,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 동안 아이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했을 수도 있을 가능성에 글쓴이는 마음이 미어졌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자체의 두려움보다 가족들과의 격리 생활과 추가 감염 가능성의 불안이 견디기 힘들었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낸 뒤 마음의 안정을 찾은 그는 고난 속에서 느낀 감사에 대해 고백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렸음에도 증상이 없음에 감사하고, 저랑 남편이 양성임에도 우리와 가장 가까이 붙어 지낸 아이들이 음성임에 감사합니다.



갑자기 벌어진 긴급 상황에서도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돌봐주실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격리 상태로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이 있음에 감사합니다.



잠들어있던 새벽 시간에도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빠르게 확인한 보건소 직원분들의 노고에 감사합니다.



어디가 불편하진 않은지 매번 먼저 나서서 따뜻하게 챙겨주는 의료진, 의사선생님, 간호사선생님, 병원시설팀, 영양실 분들께 정말 감사합니다.



병원에 격리됐다는 소식에 영양제와 책들을 병원으로 보내주려는 친구들의 마음에 감사합니다.(병원에 택배가 불가능하므로 받지 않음)



(봄방학 중이긴 했으나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이의 유치원에 연락하여 내가 확진자임을 밝혔음에도 따뜻한 응원의 연락을 남겨준 엄마들에게 감사합니다.



우리를 모르는 익명의 사람들이 랜선으로, 아이들과 갑작스레 떨어진 마음을 공감하며 쾌차하라는 응원의 댓글을 남겨주어서 감사합니다.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평온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는 “코로나는 곧 지나간다. 다만, 주변에서 받은 따뜻한 응원의 말들은 평생토록 기억될 것이다”면서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이웃들의 마음이 얼마나 불안할지, 대구로 내려가 잠도 제대로 못 잔 채 확진자의 치료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의료진과 구호대원, 그리고 그들의 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을 봐서라도 힘을 내야겠다. 따뜻한 사랑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어 어서 일상의 제자리로 돌아가 받은 사랑을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부디 이제는 코로나 확진자가 나오지 않기를, 모두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기를, 의료진들이 지치지 않기를, 회복된 일상에서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 사랑과 연대의 힘으로 차분하게 버티는 우리의 저력을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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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0-04-02 09:5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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