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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 토대 쌓이자 시골 할머니가 달라졌어요” - 18년간 軍 선교 헌신하다 농촌목회 자원한 김용호 목사
  • 기사등록 2019-02-07 22: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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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갈용교회 목사가 지난 3일 전북 진안군 정천면 교회 앞에서 지역사회와 교계를 위해 펼치는 다양한 사역을 소개하고 있다

전북 진안군 정천면 725번 국도에서 빠져나와 농로를 따라 800m를 더 들어가면 갈용교회(김용호 목사)가 나온다. 41년 역사를 가진 교회에 그동안 10명의 목회자가 거쳐 갔다. 지난 3일 교회에서 만난 김용호(60) 목사는 주일예배 후 동네 37가구에 호박시루떡을 나눠주고 막 돌아오던 길이었다. 김 목사는 “동네 어르신들께 설 인사를 드렸는데, 세 분의 할머니는 가족이 있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김 목사는 과거 군목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군인교회 사역자로 활동했다. 인생의 황금기 18년을 군선교에 바치고 중형교회 청빙도 받았지만, 신앙 ‘원칙’을 지키기 위해 모두 내려놨다. 김 목사는 “군선교에 집중하다가 노인 15명이 모이는 농촌교회로 온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면서 “‘내가 뭐가 부족해 거기로 가냐’는 자만심과 패배주의, 나의 편리성이 내면에서 꿈틀거렸다. 하지만 하나님께선 기도 중에 “갈용교회는 네가 갈 교회라는 말씀을 주셨다”며 웃었다.



2014년 1월 부임 후 그가 처음 한 일은 보일러를 바꾸고 장작을 패는 것이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기름보일러를 화목(火木)보일러로 바꿨다. 김 목사는 “매일 오후 6시, 자정, 새벽 4시에 장작을 넣는다”면서 “보일러를 바꾸고 예배당과 화장실, 식당을 고쳤다”고 설명했다.



교회 외형뿐만 아니라 내형도 채웠다. 할머니들을 앉혀 놓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등을 가르치며 신앙의 본질과 뼈대를 세웠다. 그는 “성도 중 최고령자는 93세인데, 80세 할머니는 교회 ‘허리’에 속한다”면서 “말씀의 토대를 탄탄히 쌓자 졸던 할머니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엔 몇 개 도시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지만, 아내가 제동을 걸었다. ‘기도해 보니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젊은 가정이 몇 가정이라도 있으면 남은 목회 10년을 그들과 함께하겠다”는 기도를 했다. 희한하게 그다음 주부터 50대 이상 ‘청년’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어느 날은 외지인 20여명이 한꺼번에 찾아오면서 교인이 두 배가 됐다. 김 목사는 “욕심과 편안함을 내려놨더니 하나님께서 채우시기 시작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매주 화요일 지역 목회자들을 모아 ‘종교개혁자들이 목숨 걸고 지킨 복음을 농촌교회 강단에서 외쳐보자’며 독서모임을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마을 역사상 최대 문화행사도 개최했다. ‘작은 음악회’를 열었는데, 읍내에 플래카드를 걸고 팸플릿을 뿌리니 200명이 몰려들었다. 지난달부턴 진안군 11개 읍면, 77개 리, 303개 마을 복음화를 위한 기도 모임도 시작했다.



김 목사는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사례비를 받는다. 그는 “십일조와 감사헌금을 하고 나면 몇 십 만원이 남는다”면서 “하지만 이곳에서 목회자가 종의 신분이라는 것을 확실히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그의 시선은 진안을 넘어 전국교회의 지친 목회자를 향하고 있다. 김 목사는 올해부터 개척교회 목회자 부부를 인근 진안고원 치유숲으로 초청해 회복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목양실 벽면에 붙여놓은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돈을 바라고 일하는 것은 직업이고, 돈과 상관없이 일하는 것은 소명이다. 나는 어디에?’ 또 다른 새해를 맞은 나는, 우리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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