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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전 예수님 목회했던 낮은 곳이 바로 지금의 농촌” - 3대째 목회자의 길을 걷는 가평 항사리교회 이주형 목사
  • 기사등록 2019-02-07 06:5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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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 항사리교회 교인들이 지난 3일 주일예배를 드린 뒤 교회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경기도 가평군 상면 항사리교회에서 5일 만난 이주형(53·가평기독교연합회장) 목사는 2008년 시골 농촌교회로 내려왔을 때가 생각난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교육부장, 선교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을 때였어요. 나름 신나고 보람있게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버지께서 연락을 하셨어요. 농촌교회를 맡아주지 않겠느냐고요. 마땅한 후임자가 없다고 하시면서요. 순간 ‘아골 골짝 빈들에도 복음 들고 가오리다’ 찬송이 생각났어요. ‘목회세습’이 아닌지 걱정이 됐고요.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우리처럼 가난한 시골 농촌교회는 오히려 물려받지 않으려는 목회자가 더 많은 것 같아요.(하하)”



이 목사의 가족은 3대째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다. 조부 고 이일봉(1915∼1979) 목사는 장례 준비 중에 다시 살아난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원래 광산업자였다. 동네 부흥회에서 설교를 듣고 큰 은혜를 받아 목회자가 됐다. 교회를 개척하고 부흥해 자립할 만 하면 또 다른 교회를 개척했다. 그렇게 개척한 교회가 충남 논산과 부여, 강원 삼척, 경북 울진, 경기도 안성 등 7곳에 이른다.



“할아버지는 꿈에 천국을 봤다고 간증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욕심이 없으셨고 동네마다 교회 개척하고 전도하는 순수한 삶을 사셨습니다.”



이일봉 목사의 대를 이은 아버지 이상기(81) 원로목사는 40대 중반에 큰아들을 교통사고로 잃고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젊은 날, 어려운 목회자들을 헌신적으로 도와 그 목회자 자녀들이 수년간 감사헌금을 보내오기도 했다. 아들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고 ‘목사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품이 온유하다. 1983년 가평에 항사리교회를 개척했다. 단 하루도 새벽기도를 빠진 적 없을 정도다.



“아버지는 제대로 사례비를 받으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난방비를 아껴야 한다며 두꺼운 점퍼와 털 신발을 신고 손을 비벼가며 예배드리곤 하셨지요. 사택에 보일러도 틀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건강하십니다. 항사리교회에 출석하시며 후임인 ‘아들 목사’와 함께 예배드리십니다.”



웨스트민스터신학대와 총신대 등에서 공부한 이 목사는 할아버지, 아버지의 충고를 교훈 삼아 ‘포장이 없는 교회’를 지향하고 있다. 요한1서 3장의 말씀대로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말고 오직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역을 하고 있다. 이 목사는 마음속에 담아뒀던 말들을 차근차근 끄집어냈다. 그에게 설 명절에 관한 이야기는 호사일 뿐이다.



“2000여년 전 예수님이 낮고 작은 자와 함께했던 갈릴리는 지금 어디일까요? 바로 농어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그 현장에서 목회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찹니다.”



이 목사의 꿈은 소박하다. 동네에서 믿지 않는 영혼들을 구원해 초대교회의 모습을 이뤄가는 것이다. 교회의 목표도 ‘선교와 구제를 통한 행함과 믿음이 있는 교회’다. 요양원을 설립해 동네 어르신들을 섬길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이 목사는 이 일을 위해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교회재정이 넉넉하진 않지만 인도와 케냐, 러시아 선교사들을 후원하고 있다. 국내 미자립교회 두 곳을 돕고 있다.



이 목사는 지역주민에게 진심으로 다가가는 전도를 중시하고 있다. 틈틈이 거리 전도와 심방을 하고 있다. 노인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예수 사랑을 전한다.



이진숙(52) 사모는 교회학교 어린이들을 헌신적으로 돌보고 있다. 학부모와 친밀하게 교제하고 한 명의 어린이라도 구원하기 위해 차량을 운행한다. 도시 교회에서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목자와 양’의 친밀한 관계가 항사리교회에선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시골 농촌교회라 그런지 새 신자가 등록하는 일이 드물어요. 하지만 새 신자가 오면 관심과 사랑으로 섬기고 있습니다. 연락을 주고받으며 특히 스마트폰 밴드에서 큐티(경건의 시간)를 나누지요.”



50여명의 교인들은 복음화율이 10% 안팎에 그치는 가평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이 교회에 등록한 엄상구(56·자영업) 집사는 “유명한 목사님들과 믿음생활 같이 했지만 지금 우리 목사님과 같이하는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윤성(46·여) 집사는 “하나님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늘 엎드려 기도하는 우리교회 목사님과 사모님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목사는 “새 가족들이 교회를 통해 행복을 느끼고 상처가 치유되며 믿음이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주민과 함께하고 말씀으로 축복받는 교회로 거듭나고 싶다”고 환히 웃었다. [출처-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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