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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성의 반석 위에 하나님의 집 지으라 - 말 많고 탈 많은 교회건축 잡음·분쟁 피하려면…
  • 기사등록 2018-11-03 05:3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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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로교회의 모교회인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 건축이 한창 진행 중이다.

대기업 과장인 김모(40)씨는 지난달 출석교회를 옮겼다. 교회 건축헌금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옮긴 교회는 이미 교회건축이 끝난 상태였다. 그런데 지난주 예배에 참석했다가 깜짝 놀랐다. 은행 빚을 속히 갚게 해 달라는 기도를 들었던 것이다. 김씨는 “교회마다 왜 그렇게 예배당을 지으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눈살을 찌푸렸다.



수도권 A교회는 이단에 경매로 넘어갔다. 교회를 크게 지으려다 빚을 많이 진 것이다. 교인 수백 명이 떠났고 결국 교회가 분열됐다. 인근 교회 김모(60) 목사는 “이단들이 이런 교회를 표적삼아 경매로 또는 헐값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관심을 요청했다.



서울 B교회에서는 교회건축 중에 다툼이 발생했다. 건설과 조명업체 선정을 두고 의견이 대립한 것이다. 소위 ‘떡값’ 때문이다. 부지매입 때 부동산을 중개한 교인이 상당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 교회 서모(45) 집사는 “물론 뇌물이나 부정이 없는 교회가 훨씬 많다고 알고 있다. 몇몇 미꾸라지가 교회질서를 어지럽힌다”고 했다.



‘공공성’ 회복, 교회건축이 나아갈 길



교회건축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교회건축이 나아갈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회건물을 지역사회에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예를 들면 주차장이나 예배당을 공연장 결혼식장 등으로 무료 혹은 적은 비용에 빌려주는 것인데, 이 경우 주차난을 해소하고 지역주민과의 소통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와 연계해 주차공간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경기도 수원 중앙교회 고명진 목사는 “교회가 ‘선교’를 논하기 전에 지역사회에 본이 돼야 한다. 교회가 건축 시점부터 지역사회와 함께 건물을 공유할 방안을 기획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배당 전체를 체육관으로 만든 교회도 있다. 천안 하늘샘교회의 교회건축은 전통적인 교회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지역주민과 함께 배드민턴 탁구 등 30여개의 동호회와 문화교실을 운영한다. 반발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성서적·신학적 고찰을 시도했고 금식기도 같은 영적 방법으로 교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지역주민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시대에 적합한 교회다” “이런 교회라면 나도 다니고 싶다”는 찬사가 쏟아졌다.



여수 갈릴리교회는 교회 안에 ‘비밀의 정원’을 만들었다. 텃밭에서 정원으로 변모한 이곳은 외부 방문객의 발길을 끄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그 배경엔 김순현 담임목사와 교인들의 수고가 있었다. 김 목사는 정성껏 가꾸어 개방한 정원이 교회 문턱을 낮추는 데 일조했다고 했다.



안산 서현교회는 교회건축 대신 다문화학교를 지었다. GK상록수중학교는 국내 최초로 다문화가정의 청소년을 교육하는 교육부인가 중등 과정이다. 교훈은 ‘세계 속에 꿈을 심어라’다. 다문화 청소년들에게 1인 1악기, 1운동, 1기술을 습득토록 해 사회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인재로 육성하고 있다.



‘교회건축=교회성장’ 생각 고쳐야



목회자 간 공공연하게 회자되는 교회성장 비법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교회 외형을 키우라는 것이다. 은행 빚을 내서라도 땅을 사고 교회를 짓는 것이 교회성장의 필수요소라고 한다. 교인은 예배당 좌석 수만큼 차게 돼 있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교회가 크면 클수록 교인들은 몰린다’는 소위 대형교회 불패신화다. 이 때문에 이왕이면 좀 더 크게 교회를 건축한다. 건축비 10%도 안 되는 돈으로 땅을 계약하고 건축을 시작하는 교회도 있다. 빚은 교회를 지은 뒤 교인이 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교회건축이란 예배처소를 준비하는 것이다. 단순히 예배공간만 설립하는 게 아니다. 예배당에서 주님을 묵상하고 성도 간 교제와 교육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불신자가 보더라도 신앙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 그렇다면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고 성공적인 교회건축을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교계 지도자들은 건축에 지나친 투자를 해도 안 되지만 교회건축을 비난하거나 가볍게 생각하는 것을 특히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교회를 지어 놓으면 절로 교회가 성장한다는 생각은 이제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건축은 부수적인 것이고 말씀충만과 영혼구원 등 교회의 본질이 살아있도록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진 한국영성신학교 학장은 “눈에 보이는 유행만을 좇지 말고 교회의 본질인 예배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건축하면 한국교회가 건강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형 기독문화선교회 대표는 하나님이 주시는 때를 잘 맞춰야 한다고 했다. 하나님이 주시는 힘이 있어야 교회를 건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목회자와 교인들의 호흡도 중요하다. 목회자 혼자 아무리 의욕적으로 추진한다 해도 교인들이 시큰둥하다면 힘들 수밖에 없다.



목회철학·교회재정 투명은 필수



교회론에 대한 분명한 목회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심만섭 한국교회언론회 사무총장은 “교회건축은 거룩한 ‘하나님의 집’을 건축한다는 점에서 세상 건물과 구별돼야 한다”며 “이런 점에서 교회건축은 준비과정에서부터 헌당까지 철저하게 구성원들의 신앙고백이 담긴 건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정이 투명해야 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강조하는 의견도 잇따랐다. 김재훈 안양 아멘교회 목사는 “교회건축위원회가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하게 집행한다면 교회건축 분쟁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박계문 전 이랜드 사목은 “의욕이 앞서면 안 된다. 당회와 공동의회 의결, 소수 의견까지도 포용할 때 원만한 교회건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 건축가를 선택해 어려운 문제를 함께 풀어간다면 교회건축이 더욱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건축사인 김도현 ㈜제이플 대표는 “적잖은 교회와 교인이 교회건축을 앞두고 실랑이나 다툼을 벌이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건축 전문가에게 조금만 문의하면 간단히 해결될 일도 많다. 건축 전문가를 많이 활용해 달라”고 주문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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