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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낙태죄 논란'…"생명경시 우려"

- "태아의 생명권" VS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

편집국|2018-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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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헌법재판소에서 6년 만에 열렸다. 24일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등을 둘러싸고 팽팽한 공방이 벌어졌다.
▲ 24일 오전 공개변론에 앞서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는 낙태죄 폐지 찬반 시위가 팽팽했다.ⓒ데일리굿뉴스

낙태를 한 여성(형법 269조1항)과 낙태 수술한 의사(같은 법 270조1항)를 처벌하는 형법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의 공개변론이 열렸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개변론의 가장 큰 쟁점은 태아의 생명권이었다.

낙태죄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낸 산부인과 의사측 대리인은 "모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태아는 생명권의 주체로 인정할 수 없고 따라서 사람의 생명권과는 달리 일정 부분 제한될 수 있다"며 "태아의 생명권보다 임부 자신의 결정권과 건강권 등이 더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현행법상 임신 초기를 포함한 모든 낙태는 금지된다. 다만 모자보건법상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위헌을 주장한 청구인 측은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아 사실상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이 있을 때', '강간 또는 준강간 등에 의한 때' 등의 사유가 있으면서 동시에 '임신 24주 이내'일 때만 낙태가 허용된다.

이에 맞서 법무부는 태아의 생명권을 강조했다. 정부 이해관계인으로 나온 법무부 측은 "태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생명권이 인정된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의학 발전으로 태아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임신 초기 낙태와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낙태를 허용하면 낙태가 무분별하게 일어날 것"이라며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낙태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위해서는 모자보건법 개정이라는 입법권자의 재량으로 낙태 허용범위가 조정될 수 있는 것이고 낙태죄 자체를 쉽게 위헌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찬반 시위 팽팽…"이분법적 논쟁 부적절·새로운 합의점 모색해야"

한편 공개변론을 앞두고 24일 오전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시민단체들의 찬반 시위가 팽팽했다.

'낙태법 유지를 바라는 시민연대'는 이날 오전 10시 헌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생명을 보호한다'는 헌법정신을 담은 것이 낙태죄 규정"이라며 헌재의 합헌 결정을 촉구했다.

낙태법유지를바라는시민연대 회원 박하정 씨는 "제대로 아이를 키우지 못할 거라면 피임 등 원하지 않는 임신을 막을 수 있는 보호장치를 강화해야지, 낙태를 허용하는 방식은 잘못됐다"며 "예방을 강화하는 것이 여성의 몸을 보호하는 차원에서도, 태아를 위해서도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아들을 둔 주부도 낙태죄 폐지 반대에 목소리를 냈다. 박선희(48 인천 부평구) 씨는 "현행법에서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 예외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걸로 충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한 시간 뒤 같은 장소에서 '낙태법 폐지'를 촉구하는 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여성민우회와 녹색당 등 16개 단체가 연합한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낙태죄는 경제적·사회적·성적으로 불평등한 위치에 있는 여성에게만 생명에 대한 책임을 전가함으로써 여성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국가는 낙태죄 존치 근거로 '태아 생명권'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임신 당사자인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낙태죄를 둘러싼 찬반 공방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 최초 민간 생명윤리연구소인 성산생명윤리연구소 권오용 소장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넘어서서 임신과 출산, 양육에 대한 폭넓은 사회적 논의와 정책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권 소장은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낙태죄는 사법적 영역에만 국한시킬 문제가 아니"라며 "임신을 할 당시에 이후의 출산, 양육 등 모든 과정을 다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국가와 남성의 법적 책임 강화 및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낙태죄 폐지는 반대했다. 권 소장은 "지금도 생명을 소홀히 여겨 일어나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많은데, 낙태죄가 폐지되면 생명경시 풍조가 더 심해질 지도 모른단 우려가 든다"며 "특히 낙태죄는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가장 취약한 존재인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기제인 만큼 폐지는 매우 신중하게 고려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공방 내용을 토대로 심리를 거친 뒤 낙태죄 위헌 여부를 가릴 예정이다. 이진성 헌재소장을 비롯한 재판관 5명의 퇴임이 오는 9월 예정돼 있어, 그 전에 결론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2년 공개변론 당시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위헌정족수 6명에 미달돼 낙태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헌재는 "사익인 임신부의 자기 결정권이 태아의 생명권 보호라는 공익보다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 같은 날, 한국여성민우회 등 16개 단체가 낙태죄 위헌결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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