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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선교회' 사역으로 시골 교회들 활력 넘쳐 - 시골에 ‘선교사’들 파송하고 지원… 생활비 제공도 OK
  • 기사등록 2017-10-15 02: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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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되어 있던 미국의 시골 교회들이 '마을선교회'(VM)의 사역으로 활력이 넘치고 있다.인구의 도시 집중화로 초고령화 사회인 시골. 교회들도 침체를 벗어나고자 애쓰지만 기력을 되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요즈음 시골 교회들에 활력을 불어 넣는 '마을선교회(VM)' 사역이 화제다. VM은 시골의 잃어버린 양떼를 되찾아낼 '선교목사'들을 파송하기 위해 세워진 단체. 벌써 600여명의 사역자를 보냈고, 그 효과는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현장은 미국. 미국은 여러 모로 풍요로운 사회이지만, 도시인구 편중화 현상 탓으로 미국의 시골은 거의 정신적인 '사경'을 헤매고 있다. 미국 시골 교회들도 우리네 시골 교회가 겪는 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퍼레이션월드>(OW)에 따르면, 도시 인구는 20세기로 꺾이던 지난 1900년 13%에서 현재 50% 이상으로 뛰었다. 미국은 더하다. USDA에 의하면 넌(non)메트로 지역에서는 2010년 이래 연 평균 43,000명씩의 인구가 사라지고 있다. 20세기초 미국 인구의 30%가 도시에 살았으나 산업화 현상에 따라 1920년엔 50%로 대폭 불어났다.

그로부터 약 100년이 지난 2010년 현재는 도시 인구가 80%나 된다. 이에 따라 미국 인구 3억 2천만의 14%에 불과한 전원지역 인구가 미국 전체 땅의 대다수인 72%에 퍼져 살고 있다. 딴 보고서에 의하면, 요즘 시골 카운티의 사망인구가 그곳 출생인구를 앞질렀다.

<워싱턴포스트>가 인용한 카이저가족재단(KFF) 통계에 의하면, 도시인구와 시골인구 대다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치관 차. 시골 주민들의 40%는 자신들의 가치관이 도시인들과 "아주 다르다."고 대답했다. 인터넷 접속이 제한된 미국 시골의 주된 정보원은 텔레비전이다. 지역사회 내에서 "직장 만족도가 높다."는 사람들은 도시인들의 50%, 교외인들의 45%인 반면 시골은 30%에 그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가 많은 도시 및 교외 사역에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물론 자연스럽다. 그러나 100마리 양 중 1 마리 양은 어찌 되는가? 너무나 당연하게도 시골 교회는 나날이 줄어들고, 사역자들은 사라지고 있다. 전국회중연구(NCS) 보고서에 의하면, 시골 교회 분포는 지난 1998년 43%에서 2012년 32%로, 교인수는 23%에서 15%로 각각 감소했다.

전원지 사역자들은 어떨까? 기독언론 <복음연맹>(TGC)에 따르면, 수많은 시골 교회들이 현상 유지조차 힘들어 하고, 점점 많은 교회가 사역자에 대한 예우를 감당하지 못하며 이래서 사역자 없이 "그냥 가는" 교회가 많다. 일부 교단들은 이제 구식 '서큐트 라이더즈'(circuit riders, 말 타고 다니며 여러 시골 교회를 순방사역하는 순회사역자들)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이런 판국에 아주 기본적인 사역 원리와 창의적 노력에 바탕을 둔 사역이 필요해진다.

마을선교회 이야기

'마을선교회'(VM). 지난 1948년 오리건 포틀랜드 출신의 아일런드계 장로교회 회원인 월터 더프 주니어 목사가 설립한 시골 선교 사역체. 주민수 200명에 불과한 농촌인 아이오와주 볼가 등, 미국 시골의 잃어버린 양떼를 되찾아낼 '선교목사'들을 파송하기 위해 세워진 단체로, 농촌 양떼를 구하는 데 큰 몫을 해왔다.

사실 더프 목사는 아버지와 자기 누나들의 격려를 받아 VM 총재를 맡았는데, 사역자를 원하는 수많은 교회들의 애타는 하소연 편지를 보고 급기야 자신의 교회 담임목사직도 사임하면서까지 적극 대처해 은퇴하기까지 600여명의 사역자를 보냈다.

VM은 한 마디로 "교인수가 적어 헌금도 적은 시골 교회를 돕기 위해 태어난" 단체로, 시골 사역자들을 파송하고 생활비를 제공하면서 사역을 지원한다. '선교사'라는 호칭을 선호하는 이유는 아내들도 동시 파송하면서 아웃리치와 전도를 강조하고, 점차 기독교에 대해 무심해지거나 불가지론적이 돼가는 시골 사람들의 문화를 기억하도록 늘 다짐을 두기 때문이다.

GC의 새러 에코프 질스트러 기자의 최신 기사, '죽어가는 작은 마을 교회 되살리기'에 따르면, 현재 주민수 200명에 불과한 볼가엔 천주교, 감리교, 루터교 등 모두 4개 교회가 있다. 시카고 무디성서대학 졸업생인 제레미 사버는 볼가의 캘버리성경교회(CBC)를 되살릴 소명을 받고 현지에 가보니 당시 출석 교인들이 12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교회들은 풀타임 사역자를 단 한 명도 두어본 적이 없었단다.

교계와 교단의 시골 사역 규모는 목회자들이 익어있는 것 이하로 규모가 작지만, 사실 그런 사역체들이 양떼들의 정황은 더 잘 알고들 지낸다. VM의 경우 선교목사들에게 시골 지역사회를 알고 그 일부가 되는 데만 매주 약 20시간을 투입하도록 요구한다.

사버는 초기 사역경험을 이렇게 말한다. "사역차 시골에서 한 나절을 지내보기도 했지만, 평소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어요. 그러나 내가 그들 한 가운데서 함께 어울리고 그 곳 커피점을 찾고, 그들과 함께 농구경기를 관람하노라면, 그들이 혹 '카운슬링'을 원하진 않더라도 피차 얘기는 나누게 됐지요." 그밖에도 아이들의 축구팀 코칭도 해 주고 소방서 자원봉사도 해 주고, 이웃과 1km 함께 뛰기 등도 도움된다.

그러다 보면 교회에 다니든 안 다니든 온 동네가 통째로 교회가 돼 버리기도 한다. 교회에 나와 본 적 없는 주민의 입에서 절로 "이 분이 울 목사님이셔."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삶의 위기가 오면, 으레 교회를 찾고 선교사를 찾는다. 그만큼 교회가 마을 중심지가 되며 그만큼 부담도 늘게 된다.

이러한 "느려 터진" 관계구축을 통해 교회는 배가돼 교인수 30명에 달하게 됐다. 그러니 이들 양 한 마리 한 마리가 너무 소중하다. 지난 한 해 VM에 보고된 시골 교회 결신자 수는 459명, 성인 수세자(수침자)수는 179명, 영아수세자수는 127명이었다. 도시교회로선 대수롭지 않은 숫자일지 몰라도 하나님의 눈에는 귀한 양떼들이다.

VM은 매년 미국내 200명, 캐나다의 35명 시골 선교사역자 부부에게만 연간 120만 달러(약 13억원)의 봉급을 지급해 왔으며 현재 20명의 사역자들을 추가 모집하고 있다. 그러나 사역자 주거비와 각종 공과금은 교회가 부담해야 한다. 또한 교회 헌금총액의 10%는 VM에 내야 하는 것을 애당초 전제로 하며, 대신 그 돈은 월 1,800달러의 사역자 생활비와 의료보험료로 나간다.

지원받는 교회가 자라면 재정 책임을 늘려서 의료보험, 그리고 사역자 생활비를 부담해야 한다. 2016년 현재 자립하여 이것을 실천하고 있는 VM 산하 교회는 전체의 62%다. 자립하지 못한 교회를 위해선 전체가 부담하는데 심지어 VM 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은퇴한 VM 선교사도 낼 것을 낸다. 그러나 재정 상황은 넉넉하냐면 언제나 쫓기는 쪽이다.

사버의 장인이자 멘터인 앨런 스팍스 목사는 더프가 파송한 VM 선교사의 한 명으로, 현재는 시골에서 번창한 교회로 자라난 케이스다. 물론 작은 시골 공동체로 뚫고 들어가 이만한 성과를 이룬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스팍스의 아내, 다이앤 사모는 말한다. "처음 7,8년간 리버티채플을 도왔죠. 간신히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주일 저녁이었는데, 집에서 둘이 교대로 엉엉 울었답니다. 아무리 애쓰고 힘써도 아무 성과가 없었거든요."

그러나 결국은 성과가 왔다. 18명이었던 리버티채플 교인이 100명 가까이 됐다. 지역민들을 상대로 한 청소년 성경공부와 지역 단기 선교여행이 먹혀든 것이다. 결국 VM으로부터 자립하게 됐고 목사관 건물도 구입했다. 1990년엔 예배실 크기를 늘리고 친교실과 주방, 교실까지 마련했다. 현재는 전체 출석교인수 900명. VM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기에 이르렀지만 주일 아침 참석자 수는 아직 45명 규모이다.

사역자들 학비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 국내 4년제 대학의 평균 학비는 1970년 연 1500달러(당시환율 약 170만원)였으나 1980년 9,500달러(약 1,000만원), 2010년 22,000달러(약 2,500만원)로 껑충껑충 뛰어올랐다. 2016년 현재 대학원생은 연평균 37,172달러를 내야하는데, 이를테면 월 285달러(약 32만원)씩을 20년간 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학비를 연방기금과 희사금으로 충당하는 무디바이블대학(MBI)조차도 기숙사비와 보험료 등 학기당 최소 6,500달러(약 750만원)는 학생이 내야 하는 몫이다. VM은 이에 대처해 회중 자체 사역자들을 자체에서 빚 없이 기른다는 목표로 자체훈련 코스로 2014년 2년간의 온라인 과정인 '도전자 제자훈련 이니셔티브'를 확립했다.

현재 500명이 이 코스를 밟고 있다. VM 관계자들에 의하면, 젊은이들은 시골 공동체와 관계구축, 실생활 속에서의 복음전달 기회에 관심이 많다. VM은 지원은 하지만 그들 개인의 자유 스타일을 존중한다. 한 시골 선교사는 VM 사명을 알리는 노래까지 작곡했다.

민디 사버는 말한다. "작은 공동체의 분위기를 사랑해요. 이런 곳에서 성취하기란, 인구밀집 지역보다 더 힘들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작은 교회 안에선 사람들을 더 친숙히 알게 되고, 큰 교회엔 없는 나름의 방법으로 삶을 이끌어 나가게 되지요. 교회가 작다 보니 섬길 기회도 늘어나요. 교인 각자가 더욱 능동적으로 개입해 교회가 전체로서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그만큼 필요성이 크니까요."


너무 가까워 우스운 일화들

시골인 만큼 사람들끼리 서로 코 앞의 일처럼 훤히 알 것을 알게 된다는 입증된 케이스가 있다. 바로 현재 VM 총무인 브라이언 웩슬러 선교사의 일화다. 웩슬러의 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DARE 프로그램(알코올/약물 예방교육) 담당교사가 음주운전에 대해 경고하자, 소년이 불쑥 손을 들고 말을 했다. "제 아빠는 음주운전을 하세요!"

교사를 비롯해 다들 기절할 듯이 놀랐다. 소년의 아빠인 웩슬러가 목사인 줄을 400여 동네 사람들이 거의 다 알기 때문이다. 결국 웩슬러가 자주 코카콜라를 마시며 다닌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야 교사는 비로소 안도의 웃음을 터뜨리며 의혹의 가슴을 쓸어내렸다.

웩슬러는 "여긴 비밀이 없어요."라고 단언한다. "교인의 행동 하나 하나가 그리스도의 본을 받는지 여부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에 잘하면 더 전도기회가 되죠. 부부가 나란히 길을 걸어가기만 해도 사역 기회가 돼요." "시골에선 목회라는 게 전문직일 수가 없어요. 그냥 농부들과 함께 탈곡기에 올라타기도 하고 낡은 지붕을 같이 헐기도 하고, 판자 쪽 하나라도 나눠 붙여 주고 그러다 보면 사역이 돼 가는 거죠."

스팍스도 정말 그렇게 했다. 사버는 스팍스의 그런 모습에 반해 무디에서 시골 목회 과정을 거친 뒤, 스팍스의 딸인 아름다운 민디와 결혼해 외딴 촌동네인 볼가에 자리잡게 된 케이스다. 웩슬러는 주민수가 불과 57명인 아이오와 타운에서 6년간 버틴 끝에 결국 교인수 130명이 되어 주변 지역 주민들의 절반 이상을 끌어들인 셈이 됐지만 그 이상은 어려운 한계에 달했다.

사버 네 교인수가 30명으로 늘자 VM은 그에게 90명 되는 교회로 옮겨갈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거절했다. 그는 웃으며 "저는 대형교회에 걸맞지 않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런 데선 제가 맘이 편치가 않아요."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엔 보통 5~7년의 세월이 걸리기 때문이며 특히 시골 교회는 그렇다는 것이 그의 젊은 목회철학이다.

웩슬러는 귀띔한다. "우리 VM 선교사 어떤 분들이 자기 뜰에 과일나무를 심으면, 동네 사람들이 전율을 느끼며 말해요. '어머나, 여기 영구히 살기로 결심하셨나 봐요. 기뻐요!'라고." 현재 VM 선교사의 평균 사역기간은 8~9년이다. 스팍스의 경우 리버티채플 한 교회서만 30년을 지냈고 조만간의 은퇴를 앞두고 있다.

VM이 새 교회당 건립을 지원할 필요는 거의 없다. 교인이 남은 회중은 거의 기존 건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그 대신 지원 여부의 잣대는 주로 그 교회에 한 명의 전도자 밖에 없을 경우이다. 교회가 문을 닫을 경우 그 한 명 밖엔 아무도 전도자가 없다는 얘기이다.

VM은 후보자 교회에 일단 소속 교단과 과감하게 단절할 것을 요구한다. 다수의 교단들이 근래 시골 교회를 내버리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어려운 작업은 아니다. 교인수 10명 이하로 내려가면 교단도 어쩔 수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VM이 교회를 통제하진 않지만, 필요할 경우 사역 초점이나 교회 이름까지도 바꾸기도 한다.

사버 역시 현재 교회에서 은퇴 때까지 견디기를 바라지만 이 고장에서 3년간 지내왔으면서도 아직 공동체 속에 깊이 끼어들지를 못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마을의 유일한 주유소 곁의 부스에 맨날 아침 커피와 대화를 위해 온다. 사버는 주 1~2회 거기 나타나 스니커를 먹거나 커피를 마신다.

첫날엔 주위 사람들 아무도 이 새 출연자에게 관심을 보이질 않았다. 농촌 사람들은 훨씬 더 무뚝뚝하다. 그래서 이 편에서 인사를 하며 말을 걸고 곁에 앉고 대화를 펴 나가길 꼬박 3년. 그런 냉담한 반응은 적대가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자기보호 본능이다. 대다수 사역자들이 왔다간 이내 떠날 것을 그들은 익히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디 자신 작은 마을 출신이기에 할 일을 알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에게 자기 존재를 알리고, 필요한 곳은 모두 드나들었다. 지역도서관 위원회에도 입회했다. 부부는 쿠키를 구워 이웃과 나누고 그들이 연계될 만한 스포츠 행사나 음악회는 모조리 다녔다. 공동묘지까지 주민을 따라다니며 가족 이름과 희비사 등 집안 내력을 알아내기도 했다.

공원 이사회도 섬기고 캠프장의 화장실 청소도 했다. 한 사람이 청량음료인 '마운튼듀'를 즐겨 마시는 광경을 목격하고 들에서 밭을 갈 때 같은 음료수를 갖다 바치기도 했다. 교인이 된 그 농부는 주위에 말하곤 한다. "저 목사님은 말야, 마운튼듀 갖고 자기네 교회로 날 꼬셨어."

사버네는 공원 바로 곁에 산다. 아이들과 농구 놀이를 하다가 3명의 12살 소년들을 만난 뒤 모두랑 친구가 됐다. VM에서 이젠 좀 딴 교회로 옮기면 어떠냐고 물어왔을 때 사버는 눈물부터 흘리며 소년들 얘기를 꺼냈다. 농구하다 만난 그 소년들은 지금 22살이 됐고 모두들 이 교회의 지도자가 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웩슬러는 말한다. "어둠이 짙어갈수록 빛은 더 밝게 빛납니다. 저는 사람들이 그리스도 없이 파산지경에 이르렀을 때 그리스도께 돌아오길 바라기 때문에 늘 낙관적입니다. 우리는 충성된 증인일 뿐, 마음을 바꾸시는 분은 하나님이시죠. 편안히 그 분만 의지하면 돼요."

시골교회를 찾아가는 VM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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