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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교회의 날’ 개최, 맨체스터 테러도 못 꺾은 평화 열망 후끈 - ‘Du siehst mich(You see me).’
  • 기사등록 2017-05-29 12:0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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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캡처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는 창세기 16장 13절에서 따온 ‘하나님이 나를 보신다’는 뜻의 독일어 문구가 담긴 현수막이 펄럭였다. 독일 통일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베를린 중앙역 등 시내 곳곳에도 같은 문구가 적힌 오렌지색 머플러를 맨 시민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Du siehst mich’는 24일 개막한 36회 ‘독일 개신교 교회의 날(kirchentag)’의 주제다. 교회의 날은 1949년 동독과 서독이 분단되던 해에 평신도 운동으로 시작됐으며 격년으로 개최된다. 이번에는 수도 베를린과 마르틴 루터의 도시 비텐베르크에서 28일까지 이어졌다. 올해 교회의 날은 특히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과 겹쳐 예년보다 많은 14만여명이 참석하는 열기를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담이었다. 두 사람은 25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 1시간 30분 동안 ‘참여하는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민주주의와 신앙의 역할에 대해 일종의 ‘토크 콘서트’를 가졌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발생한 영국 맨체스터 테러를 언급하며 “인권을 침해하고 민주주의를 억압하려는 흐름과 맞서 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처음으로 가진 공식 해외행사로 7만여명의 군중이 몰려들었다. 독일 시민들은 캠핑용 의자를 가져오거나 아예 맨바닥에 앉아서 대담을 경청했다. 이들은 때때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발언에 환호하거나 큰 박수를 보냈다. 안톤 쉐퍼(70)씨는 “성공적으로 연임해 임기를 마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아이디어에 관심이 많았다”며 “평화를 찾기 위해 전 세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참석했다”고 말했다.

영국 맨체스터 테러 여파로 교회의 날 행사장에는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가 가동됐지만 평화에 대한 교인들의 열망을 누그러뜨리진 못했다. 독일 교인과 시민들은 담대하게 광장에 모여 희생자들을 위로하며 평화를 간구했다. 24일 개막식 예배는 맨체스터 테러를 추모하며 평화를 기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고 브란덴부르크 문과 인접한 영국 대사관 담벼락에는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비텐베르크에서도 교회의 날을 기념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은 마르틴 루터가 1517년 로마가톨릭의 면죄부 판매를 비판하는 95개조 반박문을 교회 입구에 붙인 곳이다. 비텐베르크에서 만난 독일개신교연합(EKD) 소속 수잔 에릭케(55·여)씨는 “하나님이 인간을 돌보시듯, 인간도 나와 관계된 사람들은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며 “평화와 정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함께 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교회의 날에는 베를린 등에서 예배와 각종 대담, 박람회 등 2500개의 이벤트가 개최됐다. 한국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와 세월호 유가족이 ‘베를린기독교한인교회’의 초청으로 참석했다. 이 교회 조성호 목사는 “한국사회에서 가장 고통 받는 이들이 누구인가를 생각하다 세월호 유족과 위안부 할머니를 초청하게 됐다”고 말했다.

행사에 참석한 이정배 전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독일교회는 독일사회뿐 아니라 유럽, 전 세계에서 어떻게 교회가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개교회 중심으로 움직이며 사회와 거리를 두고 있는 한국교회에 시사점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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